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김재영·송혜영·조중래 부장판사)는 18일 피감독자간음과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상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받는 김 전 회장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이 명령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취업 제한도 유지됐다.
재판부는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그룹 총수임에도 그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지시를 따르는 가사도우미나 비서를 강제로 추행하고 간음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범행 후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수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고 뒤늦게 귀국해 체포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령인데다 피해자들과 원만하게 합의해 피해자 모두 처벌을 바라지 않고, 피고인이 대부분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 남양주시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회장은 2017년 비서를 강제추행했다는 혐의로도 피소돼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는 질병 치료를 이유로 같은 해 7월 미국으로 출국해 귀국을 미뤄오다가 2019년 10월 23일 귀국해 체포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9일 김 전 회장의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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