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나섰다는 소식에 국내 e커머스 업계는 일주일 내내 들썩였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도 쿠팡의 협력사 등이 ‘쿠팡 관련주’로 분류되며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죠. 여기에 티몬까지 3,05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무리 짓고 연내 기업공개(IPO)에 나선다고 밝혀 업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쿠팡과 티몬의 상장뿐 아니라 이베이코리아 매각 이슈, 네이버와 11번가 등이 추진하는 각종 합종연횡으로 올해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기업들의 최대 격전지가 될 전망입니다.
쿠팡 이어 티몬도 상장 추진
지난 19일 티몬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해온 상장 전 지분 투자를 통해 총 3,050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PSA컨소시엄이 국내 기관과 외자 유치 등으로 투자금 2,550억 원을 확보했고 기존 최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500억 원을 추가 출자한 거죠.
티몬이 총 3,050억 원의 투자금을 끌어오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원래 티몬은 지난해 9월께 총 4,00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초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교직원공제회 등 일부 기관투자자(LP)가 이탈하면서 난항을 겪었죠. 결국,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투자금 유치 마무리는 올해로 미뤄졌고, 투자 금액도 약 1,000억 원 가까이 줄었죠.
만약 티몬이 이 투자금을 바탕으로 상장에 성공한다면 티몬은 국내 e커머스 업체 ‘1호 상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될 겁니다. 쿠팡이 뉴욕 증시 입성을 앞두고 있지만, 쿠팡의 경우에는 실제 상장 주체가 미국 모회사인 ‘쿠팡INC’이기 때문이죠. 티몬의 상장 성공 여부에 대해 국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티몬의 상장 가능성에 대해 시장에서는 아직 물음표를 던집니다.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월간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200억~3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소비문화가 확산하면서 전체 매출은 늘었을 수 있지만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히려 막대한 영업비용을 지출한 결과일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티몬의 성장 잠재성은 ‘대체로 맑음’입니다. 초 단위, 분 단위로 특가 상품을 선보이는 ‘타임커머스’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각종 고객 지표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죠. 지난해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47.6% 증가했고,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10대 소비자들이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또 쿠팡, 네이버쇼핑, 이베이코리아 등이 유료 멤버십 전쟁을 하는 가운데에서도 티몬의 프리미엄 멤버십 ‘슈퍼세이브’ 회원이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며 선전했습니다. 회원들의 매출은 5.5배, 건당 구매 금액도 3배 넘게 증가했죠.
다음 IPO 타자는 아마존 손 잡은 ‘11번가’?
쿠팡에 이어 티몬까지 IPO를 선언하면서 다음 타자는 과연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꼽는 유력 후보는 ‘11번가’ 입니다. 모기업인 SK텔레콤이 지난 2018년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5년 내 상장’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죠. 글로벌 e커머스 기업인 ‘아마존’까지 지난해 11월 SK텔레콤과 3,000억 원 규모의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하고 11번가에 투자하기로 하면서 11번가의 IPO는 힘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2019년 14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98억 원의 적자로 전환했기에 실적 개선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습니다.
최근 11번가는 대대적인 서비스 개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우정사업본부와 풀필먼트 배송 서비스를 위한 협력을 약속한 11번가는 올해 상반기 중 전국 우체국 택배를 기반으로 한 신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또 지난해 폐지한 SKT와의 유료 멤버십 ‘올프라임’을 대신할 새로운 멤버십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지속하고 있죠.
e커머스 업체들의 잇따른 IPO 진출 선언으로 다른 업체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CJ대한통운과 풀필먼트 협력을 맺었고, 오프라인 점포가 있는 홈플러스·BGF리테일(편의점 CU)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오는 7월 합병 마무리할 예정인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초대형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의 탄생을 예고했고, SSG닷컴은 네이버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죠.
이베이코리아도 매물로 나왔습니다. 약 5조 원에 달하는 몸값 때문에 과연 누가 나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긴 하지만 인수만 하면 단숨에 업계 상위권에 오르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죠.
쿠팡이 뉴욕 증시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시장에 투입하게 되면 그 영향력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규직 직원들은 물론 배송 직원들에게도 총 1,000억 원 상당의 주식을 무상으로 부여하면서까지 쿠팡은 다른 업체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물류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 전력을 다할 겁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에 오리지널 대작들이 들어올 것이고, 배달 애플리케이션 ‘쿠팡이츠’도 전국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겁니다.
이 같은 쿠팡의 공격적인 행보에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다른 업체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치열해지는 경쟁만큼 지난해 161조 원 규모로 급성장한 국내 e커머스 시장이 과연 올해에는 얼마나 성장할지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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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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