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차질과 매각협상 난항으로 절벽에 내몰린 쌍용자동차가 사전회생계획안(P플랜)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P플랜의 주요 전제인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의 지분 및 채권 삭감에 대한 인도 중앙은행의 승인 여부와 인수 후보인 미국 HAAH오토모티브의 P플랜 동의 여부가 이르면 이번 주 중에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P플랜은 법정관리 개시 전 채무자(쌍용차)가 주채권자(산업은행) 동의를 받아 인수 예정자(HAAH)를 정해 투자 방안까지 담은 회생 계획을 법원에 내는 제도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다음 달 초나 중순께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달 말 제출이 목표였으나 인도 중앙은행의 관련 승인 절차와 쌍용차 조업 중단에 따른 악영향 검토 등으로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힌드라는 지분(75%)과 채권 삭감 제안에 동의하면서 인도 중앙은행의 최종 승인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도 중앙은행 승인 여부가 이번 주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승인이 나면 HAAH오토모티브와 계약을 맺기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HAAH오토모티브는 현재 쌍용차 조업 중단의 영향을 자문사를 통해 검토하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가 쌍용차 새 주인이 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이어진 공장 휴무에 따른 생산·판매 차질을 우려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P플랜 진행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대출 지원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쌍용차 생존을 위해서는 잠재적투자자 HAAH오토모티브와 산은의 협상이 절대적이지만 양측은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P플랜에는 쌍용차가 감자를 통해 마힌드라의 지분을 낮추고 유상증자를 통해 미국 HAAH오토모티브로부터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를 유치해 회사를 살리는 방안이 담겼다. 유상증자가 성사될 경우 HAAH는 쌍용차 지분 51%를 확보하게 된다.
HAAH오토모티브는 투자금액에 상응하는 자금을 산은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회생계획안이 나오면 미래 사업성 등을 철저히 따져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P플랜마저 무산되면 쌍용차의 파산이 불가피한 만큼 산은이 결국 지원에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고용 관점에서 쌍용차를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정부에 퍼져 있는 만큼 산은도 동참하지 않겠냐는 논리에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민의힘 유의동 의원으로부터 쌍용차 사태와 관련된 질의를 받고 "산업부 장관이 이야기 하는 것이 적절해보이지만 제 입장에서는 고용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지원하는 것이 나아보인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또 "협력업체를 지원하는데는 아무리 많이 지원해도 그것이 어려울 것이고, 어떻게 보면 협력업체 지원할 정력이 있으면 쌍용차를 살려서 쌍용차가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것이 아마 더 쌀 것"이라고도 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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