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중한 업무와 예전 같지 않은 정책 영향력으로 행정고시 합격자들 사이에서도 기피 부처로 전락한 기획재정부가 올해 신입 사무관 입부 결과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행정고시 재경직렬 중 2차 시험과 연수원 성적을 통합한 최종 수석 합격자는 국세청을 택했지만 고시생들 사이에서 ‘진짜 수석’으로 통하는 2차 시험 수석 합격자가 기재부를 택했기 때문이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제65기 5급 공채 신임 사무관 중 2차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모 사무관이 최근 기재부 경제정책국에 배치됐다.
기재부는 올해 행시 합격자들의 지원이 거의 없어 ‘정원 미달’ 사태를 겪는 등 최근 수년 사이에 위상이 급하락한 상황이다. 실제 정부 청사의 세종시 이전 이후 기재부의 인기가 하락한 반면 근무지가 서울인 금융위원회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또 세제, 예산, 정책 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야 해 전문성을 키우기 힘든 기재부보다는 향후 전문직으로 전환이 쉬운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를 택하는 행시 합격자들도 늘고 있다. 올해 배치 받은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 최상위 5명(성적 기준) 중 2명은 금융위를 택했으며 공정위·국세청·기재부는 각 1명이 지원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재경직 1~3위 성적자가 기재부가 아닌 타 부처를 지망할 경우 공직 사회 내에서 뉴스가 됐던 것을 감안하면 기재부 내부에서도 격세지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온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이 같은 기재부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몇 년 새 정치권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기재부의 정책 기획이나 조정 능력 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조직 규모가 타부처 대비 큰 데다 산하기관으로의 이동이 쉽지 않아 인사 적체가 심한 것도 기피 부처로 전락한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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