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가 모습을 드러냈다. 코나 등 내연기관 차량을 개조한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해 만든 진정한 전기차의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현대차는 23일 온라인을 통해 아이오닉 5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다음 달부터 울산 공장에서 양산에 들어가는 아이오닉 5는 3월 유럽, 2분기 한국에 이어 하반기 중 미국에 출시된다. 내년부터 연 10만 대가량 판매하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직접 공개 행사에 참석해 “아이오닉 5는 새로운 EV 시대를 이끌어나갈 혁신적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투싼급 크기지만 실내는 팰리세이드급
아이오닉 5의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내 공간이다.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보다 불과 5㎜ 긴 전장(4,635㎜)이지만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보다 100㎜ 긴 축간거리(3,000㎜)를 이뤄냈다. 엔진룸 등 전기차에 필요 없는 공간을 없앤 결과다.
긴 축간거리는 넓은 실내 공간과 직결된다. 장 사장은 이날 공개 행사에서 직접 아이오닉 5에 탑승해 동승석 의자를 최대한 젖혀 눕고 뒷좌석 레그룸과 헤드룸을 체크했다. 레그룸과 헤드룸이 모두 한 뼘을 크게 넘도록 남았다. 장 사장은 “유튜버가 된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갖고 있는 완성차 업체가 흔치는 않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담당(전무)도 “집에서 나와도 또 다른 집이 생긴 것처럼(Your home away from home), 전용 전기차만이 구현할 수 있는 거실과 같은 편안함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초고속·일반 충전 인프라 사용 가능
충전 시스템도 크게 개선했다. 아이오닉 5의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410~430㎞(국내 인증 방식 기준)이다. 350㎾급 초급속 충전 시 18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의 80%가 충전된다. 불과 5분 충전으로 최대 100㎞ 주행이 가능한 것이다.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은 차량의 구동용 모터와 인버터로 충전기에서 공급되는 400V 전압을 차량 시스템에 최적화된 800V로 승압해 안정적인 충전을 가능하게 해준다. 현대차 관계자는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 탑재로 아이오닉 5 고객은 800V 충전 시스템의 초고속 충전 인프라와 일반 400V 충전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충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 지향적 디자인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디지털을 형상화한 파라메트릭 픽셀이 전조등과 후미등·휠 등에 적용돼 미래 모빌리티를 상징한다. 여기에 지난 1974년 공개된 포니의 디자인 유산을 담아 과거와 현재·미래가 연결되는 디자인을 연출했다. 이 전무는 “포니로부터 영감을 받으면서도 새로운 타입의 미래 지향적 차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사이드미러를 카메라와 모니터로 대체해 사각지대를 크게 줄인 디지털 사이드미러도 현대차 차량 최초로 적용됐다. 특히 현대차는 추위에도 화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선택했다.
아이오닉 5는 다음 달 말부터 전기차 시장의 최전선인 유럽 공략에 나선다. 유럽은 이미 전기차 침투율이 10%를 넘어선 선진 시장이다. 침투율 10%는 혁신 제품의 급격한 대중화가 진행되는 기준으로 꼽힌다. 현대차가 유럽 시장에 아이오닉 5를 조기 투입하는 이유다.
국내 시장에는 오는 2분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달 25일부터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는다. 아이오닉 5의 가격은 모델별로 5,000만 원대 초중반이 될 예정이며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적용하면 3,000만 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국내에 이어 하반기에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
“안정성도 UP…年 10만대 팔 것”
올해 7만 대, 내년부터 연 10만 대가량을 판매하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지난해 세계적으로 30만 대 정도 팔린 테슬라 모델3를 제외하면 10만 대가 판매된 순수 전기차는 지금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1~11월 기준 르노 조에가 8만 5,540대, 테슬라 모델Y가 6만 3,755대, 현대차 코나 EV가 5만 1,977대 팔렸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개발하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파예즈 라만 현대차 차량아키텍처개발센터 전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배터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셀과 모듈을 어떻게 구성할지, 어떤 방식으로 놓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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