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등 산림 부산물로 만들어 발전소 연료로 활용되는 ‘우드펠릿’을 대체할 수 있는 ‘마이크로 우드칩’이 한 기업인에 의해 개발돼 산림 및 에너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연간 최대 350만톤(한화 약 9,000억원)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우드펠릿의 수입대체 효과와 함께 기존 우드펠릿보다 세배 가량 뛰어난 발전효율로 전세계 보일러 시장에서 성장은 물론 사용연한이 지나 폐기해야 하는 석탄 발전소를 재활용하는 계기도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캐나다에서 (주)넬슨바이오에너지를 운영하고 있는 조오현(사진) 회장. 20여년간 국내 발전소 건설 업계, 또 20여년은 캐나다로 건너가 우드펠릿 업계에서 일한 바이오매스(생물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 업계 베테랑이다. 지난 2010년 우드펠릿을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했던 조 회장은 7년간의 집념어린 노력 끝에 산림 부산물을 볼펜정도의 굵기로 가공한 우드펠릿의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마이크로 우드칩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조 회장은 23일 서울경제와 만나 “마이크로 우드칩의 경우 원재료는 산림부산물로 우드펠릿과 같아도 두께가 2㎜로 더 얇다”며 “국내에서 만든 우드펠릿은 품질이 떨어지고 제조 단가마저 비싸 국내 연간 우드펠릿 사용량 380만톤 중 350만톤을 수입해야 하지만 마이크로 우드칩은 전량 국내에서 만들 수 있고 발전효율도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드펠릿을 톱밥으로 만들어 건조압축을 해야 발전소 연료로 활용가능한데, 건조 과정에서 분진에 의한 화재 및 폭발 사고가 많다"며 “이런 위험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마이크로 우드칩의 제조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 1월 국내 특허 등록도 마쳤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 마이크로 우드칩 제작에 활용 가능한 산림 부산물은 연간 2,430만톤이 나온다. 이 정도면 1,700만톤의 마이크로우드칩을 만들 수 있다. 최근 폐쇄된 보령석탄화력(500MW급) 8기를 가동할 수있는 규모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고용 창출, 산불 방지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그간 나무를 심는데 집중한 탓에 국내 임목량은 9억㎥로, 적정 임목량(6억㎥)을 초과해 잦은 산불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숲 관리 등을 위해 연간 28만명이 필요해 안정적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전소 납품 단가는 우드펠릿(톤당 32만 5,000원)의 77%인 25만원 수준이다. 제작공정이 우드펠릿에 비해 간단한 덕분. 발전 효율도 화력발전을 개조한 영동에코발전에서 시험한 결과 37.9%를 기록해 기존 우드펠릿 발전 효율(13~17%)을 압도했다. 조 회장은 “이미 덴마크 에너지 기업인 DWSC 등으로부터 기술 자문을 받아 마이크로 우드칩의 발전 효율이 보일러 시장의 대세인 스토커방식이나 유동층 방식의 2~3배라는 점을 인정받았다"며 “남동발전에서도 추가로 시범 테스트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우드펠릿 공장은 산림조합 산하 8개, 민간 보유 공장 17개 등 총 25개에 이른다. 이 공장은 설비 변환을 통해 큰 자금 투입 없이 마이크로 우드칩 공장으로 변신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조 회장은 이와 별개로 경북 상주에 마이크로 우드칩을 연료로 한 발전소 2기 건설에 나선다. 외부 투자를 받아 만들어질 상주 발전소는 해외 공략을 앞두고 전진 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아쉬운 대목은 마이크로 우드칩이 사실상 우드 펠릿의 일종임에도 발전소 연료로 우드펠릿만 사용하도록 돼 있는 국내 규정 때문에 즉시 적용이 어렵다는 점. 해외 기업으로부터 곧장 러브콜이 쏟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조 회장은 “산림청으로부터 신기술로 인정받아 규정 개정 절차를 밟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바이오매스 산업 발전을 위해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훈 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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