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 시장을 마구 흔들어놓은 일론 머스크의 ‘괴짜’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4,76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어를 보유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곧바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언뜻 그의 행보가 혼란스럽지만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통해 하늘과 땅의 빅데이터를 장악하려는 그의 비전을 보면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기후 위기’ 상황에서 태양광 발전과 탄소 포집 기술 촉진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해도 오는 2026년 화성 유인 우주 탐사에 이어 2050년 화성 정착촌 건설을 꿈꾸는 것은 몽상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는 앞으로 사람에 컴퓨터 칩을 심어 생각만으로 전자 기기를 제어하고 질병 치료에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은 “머스크의 행보는 기존 산업을 와해시키며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는 폭발력이 있다”며 “머스크처럼 최고몽상가(CDO)가 돼야 진정한 기업 리더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①해킹 방지 등 보안이 핵심
머스크는 지구 저궤도 상공에 1만 2,000개의 위성을 깔아 지구촌 구석구석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확산시켜 하늘과 땅을 묶어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정보 연결 산업을 선점하겠다는 게 눈에 띈다. 이때 자율주행차와 위성 정보 등에서 해킹을 당하면 사고의 위험이 크다. 그가 지난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5억 달러(약 1조 6,53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구매했다”고 밝혔다가 돌연 20일에는 “가격이 높은 것 같다”고 하는 등 널뛰기 행보를 보였지만 이면에는 보안 기술에 대한 관심이 깔린 것이다.
②지구촌 오지까지 위성 인터넷
우선 머스크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스타링크)를 인터넷 사각지대였던 지구촌 오지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속도도 초당 50메가비트(Mb)에서 100Mb로 올리는 추세이며 연내 300Mb까지 높인다는 게 머스크의 계획이다. 그는 “인구밀도가 낮거나 중간 정도인 지역의 고객을 위해 연내 지구 대부분, 내년까지는 전 지구에 서비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월 99달러인데 신호 수신 단말기 등을 설치하는 데 499달러가 든다. 그동안 한 번에 60기씩 통신위성을 쏘아 올려 지난해 10월부터 1,000여 개의 위성을 활용해 미국 북부와 캐나다·영국에서 시범 서비스에 나섰다. 현재 이용자는 1만 명 이상이다. 총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나중에는 연간 3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대한다.
③30년 내 화성 정착촌 목표
머스크는 2026년에 화성에 인간을 착륙시킬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지난해 말 “2년 내 무인 우주선을 화성에 보내기를 원하고 인간이 화성에 착륙하는 것도 운이 좋으면 4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122m 크기의 ‘스타십(starship)’을 만들어 100명을 태우고 화물을 실어 화성에 보내고 궁극적으로 2050년까지 100만 명을 화성에 이주시킨다는 게 그의 꿈이다. 최근 스타십 시제품(높이 50m, 직경 9m)이 6분 42초간 비행해 지상 12.5㎞ 성층권까지 솟구쳤다가 착륙 중 폭발했으나 “화성이여, 우리가 간다. 성공적인 비행이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유인 우주선(크루드래건)의 국제우주정거장(ISS) 도킹에 성공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팰컨9 로켓으로 무려 143개의 소형 위성을 지구 500㎞ 궤도에 쏘아 올렸다. 팰컨9 로켓의 핵심인 1단 추진체를 최근 2년 새 일곱 번이나 재활용한 것도 눈에 띈다. 이르면 올해 말께 지구 저궤도를 도는 우주 관광 상품을 내놓고 스타십이 완성되면 2023년에 달 궤도를 도는 달 관광 상품도 선보이기로 했다.
④전기차로 자율주행 시도
머스크는 테슬라의 모델3 생산을 늘린 2017년 중반부터 2019년 중반까지 극심한 자금난으로 파산 한 달 전까지 몰린 적도 있다고 지난해 11월 고백했다. 이 과정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수합병(M&A)를 의사를 떠봤으나 거부당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난해 50만 대의 전기차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물론 이는 미국 정부의 무공해 차량 보급 진작 정책(ZEV 크레디트)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테슬라의 경쟁력이 높아졌음을 뜻한다. 캘리포니아 등 11개 주에서는 내연기관차 판매량에 비례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를 판매하거나 다른 전기차 회사에 돈을 주고 ZEV 크레디트를 사도록 한다. 다만 테슬라는 전기차를 자율주행차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안전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올 초 터치스크린 오작동 위험으로 인해 13만 5,000대에 달하는 리콜 요구를 미국 교통안전국에서 받기도 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9월 배터리데이에서 “한 달만 기다리면 완전 자율주행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안전한 자율주행차가 나오기까지는 적어도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⑤탄소 포집 등 그린 뉴딜 가속화
머스크는 전기차는 물론 가정의 지붕 태양광 설치 사업을 벌였는데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를 맞아 이달 초 탄소 포집 기술 공모에 나섰다. 항공모함 1만 대 분량(1기가톤)의 탄소 포집 기술을 개발한 팀에 1,000억 원의 상금을 내건 것이다. 비영리단체 ‘엑스프라이즈’를 통해 4년간 대회를 진행해 1위 팀에 560억 원을 주기로 했다. 머스크는 “탄소 중립이 아닌 감축으로 가야 한다”며 “1기가톤 수준의 탄소 포집 기술 시스템을 구축할 팀을 원한다”고 기대했다.
⑥인간 사이보그 앞서 동물실험
머스크는 이달 초 뉴럴링크를 통해 원숭이의 뇌에 비디오게임과 연결되는 무선 컴퓨터 칩(전극과 모듈)을 이식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원숭이들이 서로 (손을 쓰지 않고도 생각만으로 제어되는) ‘마인드 퐁(비디오게임)’을 하기를 원한다”며 “한 달 뒤 비디오게임 칩이 이식된 원숭이의 모습을 공개하겠다”고 자신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8월 뇌에 아주 얇고 작은 컴퓨터 칩을 이식받고 2개월 동안 생활한 돼지의 모습을 공개했다.
머스크는 치과에서 임플란트하듯 인간의 두뇌에 칩을 심어 생각만으로 전자 기기를 제어하고 뇌 질환 등의 질병도 치료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과연 그의 말대로 알츠하이머·우울증·뇌전증(간질)이나 척추 손상 등의 치료에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공대 석·박사와 의대 포닥을 한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요즘 대학 졸업장을 잘 안 보고 실력만 보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교육도 머스크처럼 도전 정신과 창의력을 기르는 쪽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