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용도에 맞춰 건축주와 건축물을 바라보고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건물, 그리고 절제된 외관으로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련된 건물을 짓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본인만의 건축 철학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오승현(사진) 서가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멋쩍게 웃었다. 오 대표가 설계를 맡은 건물 상당수는 대로변 고층 빌딩 뒤편 이면도로에서 우리가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동네 건축’이었다. 서가건축사사무소에서 진행한 다른 프로젝트도 그가 밝힌 내용처럼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녹아들면서 그 특색이 배어 있는 모습이었다.
오 대표는 동네 건축에 있어 건축주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 건축은 주로 민간, 특히 개인이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쉽게도 상당수가 건물 디자인 등보다는 비용 측면에서 많은 고려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건축주들 상당수가 빨리 설계하고 빨리 짓는 것을 바란다”며 “설계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시공 기간 또한 넉넉하게 잡아 건축의 질이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설계자, 즉 건축가 역할의 중요성 또한 강조했다. 이들이 동네 건축, 즉 대로 뒤편의 이면도로 건물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좋은 건물을 곳곳에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설계자들이 동네 곳곳에 ‘잘 지어진 건물들’을 짓는다면 민간 건축주들의 인식 또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 대표는 이 같은 ‘훌륭한 건축가들’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방안 중 하나는 건축물 감리 제도의 개선이다. 현재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의 경우 법적으로 설계자와 감리자를 분리하도록 하고 있다. 감리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라지만 설계와 감리의 불일치에 따른 책임·단절 등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 대표는 “좋은 설계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의 작품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건축상 수상 등 ‘양질의 건축’을 하는 건축가들에게 행정처분 면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게 정책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면 이 같은 동력을 바탕으로 좋은 건축물을 계속해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 오 대표의 설명이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