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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가덕도 신공항과 '집단 직무 유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3개월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번 일을 두고 너무나 많은 뉴스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의아한 독자 분들도 분명 계실 것입니다. 솔직히 이번 일에 크게 관심 없는 분들은 가덕도 신공항이 얼마나 특별하기에 ‘특별법’까지 만들어서 공항을 짓나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바로 이 ‘특별법’이라는 말 자체에 담겨 있습니다. 특별법은 적용 대상이 ‘국민 모두’처럼 광범위한 일반법과 달리 사람이나 행위, 또는 지역으로 대상을 특정 짓기 때문에 종종 ‘월권’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별법의 폭증은... 체계 정당성 원리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특별법에 대한 특단의 정비가 필요하다.” 다른 곳도 아닌 국회가 개원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19년 7월 개최한 세미나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제 대충 감을 잡으셨을 것 같습니다. ‘부산 가덕도에 모든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반드시 영남권 신공항을 짓겠다’는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오로지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위해 만들어진 국회의원들의 월권 행위이자 반칙입니다.



‘찬성하면 직무유기’ 속내 드러낸 국토부


특별법이 만들어지더라도 실제 공항을 짓는 것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입니다. 아무리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라고는 하나 국회가 결정한다고 정부가 모두 따르라는 ‘법’은 없습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전면 재검토 필요’라는 검증 결과를 내놓은 이후 깊은 고심에 빠졌습니다. 김해신공항 원안을 고수해온 국토부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 정부 부처로서 민간으로 구성된 검증위원회 결과나 국회 논의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현재까지 벌어진 일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계획을 차기 공항 개발 종합계획에 담으려는 작업에 착수한 뒤 ‘가덕도 신공항을 지을 때는 짓더라도 여러 문제점을 보완한 후에 짓자’는 식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문제점은 ‘확실히’ 보완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서는 자칫 큰 일이 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지난 한주 떠들썩했던 국토부 ‘가덕도 신공한 반대 보고서’ 사태가 벌어진 배경입니다.

국토부는 이달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여러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항공 사고 발생 위험.’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될 경우 인근 군(軍) 비행장인 비행장인 진해 비행장과 공역(空域)이 중첩되고, 공역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 가덕도에서 비행기를 띄우는 절차를 수립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전면 재검토’ 결론을 내리며 제시한 주요 근거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국토부가 가덕도신공항 역시 안전성 확보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가덕도가 외해(外海)에 위치해 공항 건설 시 난공사와 대규모 매립, 기초 지반이 내려앉는 ‘부등 침하’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국토부는 보고서에서 “활주로가 두 번 이상 외해에 노출되고 부등 침하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 같은 입지에 공항 건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대규모 해양 매립이 불가피한 만큼 인근 지역에 있는 해양 생태도 1등급 지역이 훼손된다는 점 역시 지적했죠.

무엇보다 사업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이 김해신공항과 인근 군 비행 시설까지 흡수하는 형태가 된다면 필요한 예산이 28조 6,000억 원으로 급증한다는 것이죠. 부산시가 추산한 7조5,000억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부산시는 국토부가 오히려 사업비를 과다 계상을 했다고 반박하고 있기는 합니다.



특히 국토부는 지난달 한 법무법인을 통해 받은 법률 검토 결과를 보고서에 첨부했습니다. 해당 검토 결과에는 ‘국토부가 당초 원안인 김해신공항을 적극 추진해온 입장에서 법률상 문제점이 있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찬동하는 취지의 발언을 할 경우 직무상 의무를 해태한 것으로 판단될 위험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절차상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도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공무원의 ‘직무 유기’라는 것이죠. 이와 함께 월성 원전 감사·수사에서도 원전 조기 폐쇄를 위한 정당한 근거 미흡(경제성 미흡 또는 조작)을 중요한 문제점으로 고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가덕도인가’ 누구도 답하지 않는다


국토부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역시 국회가 심의 중인 가덕도특별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습니다. 국토부가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사전 타당성 검토를 거친 후 예타로 검증해야 하고(기재부), 가덕도특별법은 적법 절차와 평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법무부)는 것이죠. 공직 사회가 검찰 조사로까지 이어진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부처 반발에도 4차까지 이어진 재난지원금 지급 등 사안을 겪으며 일종의 반감을 가지게 됐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치권, 특히 여당 내에서도 ‘가덕도특별법은 무리한 졸속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죠.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최근 가덕도특별법에 대한 상임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실시 설계가 나오기 전에 일단 공사부터 한다?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뭔가 상황이 뒤집어졌을 법합니다. 그런데 정말 뭐가 달라졌을까요? 상황은 그대로 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의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지를 찾은 지난 25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부가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한 것처럼 비춰져 송구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꼬리를 내렸다’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국토부 보고서가 ‘면피’를 위한 것 아니었나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입니다. ‘졸속 법안’이라며 스스로 비웃었던 국회의원들도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결국 찬성 표를 던진 셈입니다. 재석 의원 229명 가운데 181명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습니다. 법무법인은 ‘문제가 있는 법에 공무원이 반대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라고 지적했습니다. 나라 일을 공무원만 하는 것이 아니죠. 그럼 문제가 있는 법안을 밀어붙인 민주당, 국민의힘 지도부와 국회의원들, 그리고 문제가 많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가덕도를 찾은 문 대통령까지 모두가 ‘집단 직무 유기’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6일 국회 본회의 법안 표결에 앞선 반대 토론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왜 가덕도인가에 대해, 1당과 2당이 담합했다는 것 말고 국민이 납득할 답을 내놔야 합니다. 가덕도 특별법은 지난 18년 간의 논의는 파쇄기에 넣어버리고 입지 선정을 ‘알박기’하는 법안이자 ‘입법 농단’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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