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인 60대 A 씨는 최근 실손보험 담당자로부터 이달에 보험을 갱신하려면 16만 3,540원을 내라는 안내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달까지 A씨는 월 보험료로 6만 580원을 납부해왔는데 앞으로 기존보다 2.5배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A 씨가 낸 보험료는 640만 원이고 받은 보험금은 170만 원 수준이다. A 씨는 “보험사는 그동안 보험금을 별로 청구하지 않은 자신으로부터 큰 이익을 봤다”며 “그런데도 한꺼번에 보험료를 거의 3배로 내지 않으면 보험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보험사의 태도에 기가 막혔다”고 토로했다.
이달과 다음 달 ‘1세대’ 구(舊)실손보험료 갱신을 앞두고 종전의 2~3배에 이르는 보험료를 내야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매년 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하자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대폭 올린 탓이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기존 실손보험료를 올려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은 신규 실손보험 상품으로 가입자를 유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구실손보험료 인상률을 17.5∼19.5%로 결정했다. 구실손보험은 지난 2009년 9월까지 팔린 상품으로 약 870만 명(870만 건)이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구실손보험 인상률은 15∼17%에 이른다. 최근 확정된 인상률을 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22% 이상 인상을 추진했고 금융 당국의 ‘80% 반영 의견’을 반영해 20%에 육박하는 인상률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 주요 손해보험사 가운데 인상률이 가장 높은 곳은 KB손해보험(19.5%)이다. 이어 삼성화재18.9%, 현대해상 18%, DB손해보험 17.5% 등으로 각각 결정됐다. 메리츠화재도 삼성화재와 유사한 약 19%를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실손보험료에 3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인상률이 적용되면서 올해 3∼5년 주기로 갱신을 맞은 가입자들은 대체로 50% 이상 보험료가 오르게 됐다. 구실손보험은 2018년을 제외하고 2017년과 2019년에 10%씩 인상됐다. 지난해에도 평균 9.9%가 올랐다.
연간 인상률과 별개로 평균 의료 이용량 증가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게 되는 50∼60대 중에는 갱신 인상률이 100%를 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50대 B 씨의 경우 이달까지 보험료 2만 4,250원을 냈지만 최근 보험사로부터 갱신 보험료가 8만 2,870원으로 오른다는 통지를 받았다. 인상률이 241%로 기존의 세 배가 훌쩍 넘는 액수다.
보험 업계는 구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이 140%를 넘어서 적자가 심각한 만큼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위험손해율이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제외한 ‘위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액의 비율을 뜻한다.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납입한 보험료로 사업운영비와 보험금을 충당하기에 모자란다는 뜻이다.
소비자단체는 손해율 관리에 실패한 보험 업계가 가입자들이 구실손보험을 포기하고 혜택이 적은 ‘3세대’ 실손보험이나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4세대 상품으로 ‘갈아타기’를 유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가입이 오래된 상품일수록 보장 범위가 넓고 자기부담금이 적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며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또 “질병이 있어 병원 치료를 많이 받는 가입자라면 기존 실손보험을 해약하지 말고 그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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