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특정금융정보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닥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은행 실명 계좌 확보를 두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특금법은 은행 실명 계좌를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을 위한 조건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융 사고와 범죄 위험을 우려해 거래소 실명 계좌 개설에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미 실명 계좌를 확보한 대형 거래소를 제외하고 100여 개 이상의 영세 거래소들이 대거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개정 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은행 실명 계좌 확보를 위한 내부 작업에 착수했다. 특금법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 영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해당 거래소의 위험도, 안전성, 사업 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실명 입출금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은행들이 해킹과 자금 세탁 등 위험성을 이유로 암호화폐 거래소 계좌 개설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금법 시행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 말까지 암호화폐 거래소가 은행 실명 계좌와 자금 세탁 방지 시스템 등을 갖추지 못한다면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 가상자산과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다면 실명 계정을 확인받지 않아도 되지만 해당 거래소는 거래량이 월등히 많은 원화 시장을 열 수 없어 결국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특금법 시행 유예기간이 끝난 후부터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수는 100~120개로 추정되는데 실명 계좌를 확보한 주요 거래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NH농협·신한·케이뱅크 등 시중은행과 실명 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거래소는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네 곳뿐이다. 나머지 거래소들은 거래소 법인 계좌 하나로 투자자 돈을 입금받는 ‘벌집 계좌’ 등의 우회 방식으로 거래를 중개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으로 4대 거래소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지고 영세 거래소는 정리되는 등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며 “정부도 은행들의 거래소 평가를 통해 잠재 위험도가 높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정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지윤 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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