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영업 적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재 유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실탄을 아낌없이 쓰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 받아 투자 받은 자금인 만큼 일정 기간 후에 수익을 내는 사업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스타트업들의 연봉 인상 행렬 동참에 업계 인력 생태계가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력직 연봉을 기존 직장보다 최대 50% 인상하고 스톡옵션 1억 원 상당을 안겨주기로 한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2019년 영업 손실이 1,154억 원에 달했다. 이 기간 토스 매출은 1,187억 원으로 영업 손실률이 97.2%에 이른다.
개발 직군 2,000만 원, 비개발 직군 1,000만 원의 연봉을 인상한 직방도 2019년 매출 415억 원, 영업 손실 41억 원을 낸 적자 회사다. 직방은 연봉 인상과 더불어 경력직에게 전 직장 연봉 1년치를 최대 1억 원까지 사이닝 보너스로 지급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발자 초봉 5,000만 원에 스톡옵션을 내건 당근마켓도 2015년 설립 이후 매년 매출이 늘고 있지만 적자 폭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지역 광고 외에는 수익원이 없는 실정이다.
흑자 전환 시점이 불투명한 회사들이 적자를 무릅쓰고 업계 전반의 연봉 인상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연봉을 높이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여전히 ‘가능성’에 머물러 있는 단계”라며 “대형·중견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민감하지만 투자금을 ‘태우는’ 스타트업들은 이를 신경쓰지 않아 도리어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휘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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