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크래프톤·직방 등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공격적으로 연봉을 인상하면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견·중소·스타트업들은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ICT 채용 시장에 고연봉을 앞세운 ‘개발 인력 블랙홀’이 형성되면서 규모가 작거나 재정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새로운 인재에 대한 투자는커녕 기존 인력 지키기마저 벅차다. 가뜩이나 ICT 개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형 ICT 기업의 인재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 ‘제2의 넥슨’ 같은 스타 기업 탄생이 구조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게임사 펄어비스(263750)는 지난해 직원 수가 1,208명으로 지난 2018년 대비 26% 늘었지만 인건비는 581억 원에서 1,162억 원으로 두 배가량 급증했다.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14%에서 2년 만에 26%로 껑충 뛰었다. 최근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 인상한 중견 게임사 컴투스(078340)는 2017년 1,946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1,129억 원으로 41.9% 감소하는 와중에 인건비는 483억 원에서 804억 원으로 1.66배 뛰었다. 수익성은 악화하는데 인건비 지출은 늘어난 것이다. 반면 게임 업계 연봉 인상의 신호탄을 쏜 넥슨은 2017년 18.9%였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지난해 16%로 도리어 감소했다. 대형 ICT 기업과 중견·중소 ICT 기업 간 인건비 상승 격차가 커진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ICT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견·중소·스타트업은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연봉 인상이 실적에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어 걱정"이라며 "ICT 업계에서 인건비는 고정비 성격이 더 강한 만큼 한 번 올리면 내리기 힘들어 인재 빈부격차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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