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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IPO 호황에…꿩먹고 알먹는 상장전 지분투자

증권사, 지분 투자로 상장 수수료 이상 수익 기대

키움증권, 오로스코테크 주관사+지분보유로 수익

미래에세서·대신증권·한투증권 등 쏠쏠한 수익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 자금이 쏟아지면서 증권사들의 상장 전 지분 투자가 빛을 보고 있다. 새내기주들의 치솟은 주가에 상장 수수료 이상의 수익을 지분 투자로 얻을 정도다. 그동안 IPO 주관 업무는 품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지분 투자가 낮은 수익성을 보완하는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039490)은 오로스테크놀로지 주식 19만 4,676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14만 7,057주는 지난 2018년 주당 1만 3,600원에 취득했다. 나머지 4만 7,619주는 상장 주관사 의무 인수 물량으로 주당 2만 1,000원에 확보했다. 보유한 주식은 IPO를 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안겼다.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한 오로스테크놀로지의 현재 주가는 약 4만 2,000원이다. 키움증권은 지분 투자로 약 52억 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있다. 의무 보유 확약으로 아직 시장에 주식을 팔지 못했지만 상장 주관 업무로 받은 수수료 22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큰 수익이 예상된다.

IPO 주관사로 지분 투자에 나선 증권사는 키움증권뿐이 아니다. 최근 공모 기업 중에는 미래에셋대우(006800)가 투자한 기업들이 많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2월 아이퀘스트 주식 9만 8,000주를 주당 5,620원에 확보했다. 상장 이후 아이퀘스트 주가가 오르면서 5억 5,000만 원을 들여 매입한 지분의 가치가 약 16억 원 수준까지 올랐다. 또한 현재 공모를 진행 중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와 엔시스 등의 지분도 갖고 있다. 대신증권 역시 1년 전 바이오다인에 10억 원을 투자했는데 공모가 상단 기준 지분 가치가 24억 원까지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라이프시맨틱스·자이언트스탭 지분을 들고 있는데 상장 이후 제법 쏠쏠한 수익을 안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IPO 주관 업무는 노력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소 1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6개월 이상 걸리는 오랜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중소형사 기준 수수료 수익이 10억 원 내외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유망 비상장 기업 지분 투자에 나섰고 최근 증시 호황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

IPO 추진 기업들도 주관사의 지분 투자를 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주주의 지분을 미리 현금화시키기 쉽고 IPO 기업 가치를 제대로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대 주주나 기업 임원들도 상장은 처음인 만큼 주관사에 많은 것을 의존한다”며 “최대 주주의 지분을 현금화하거나 상장 전 유상증자에 나설 때 주관사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상장 예비 심사 청구 직전 구주주 지분 일부를 상장 주관사에 넘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과도한 지분 투자는 공모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사가 상장을 앞두고 짧은 시간 내에 너무 낮은 취득 단가로 지분을 매입할 경우 기관투자가나 일반 청약자의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공모 일정을 철회한 파나시아는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추진 1년 전 주당 1만 1,250원에 27만여 주를 취득했는데 공모가를 최대 3만 6,000원으로 제시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김민석 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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