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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대학원 마지막 티켓 2장 잡아라…대학들 사활 걸었다

기존 8곳 이어 막차로 2곳 선정

"4차 산업혁명시대 인재사관학교"

상징성 커 이사장·총장 경쟁 앞장

교수들 프레젠테이션 준비 분주





서울의 한 주요 대학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전공을 담당하는 교수들은 올 초 이사장·총장으로부터 “사활을 걸고 꼭 AI대학원에 선정돼야 한다”는 당부를 들었다. 오는 13~14일 평가단 앞에서 실시할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교수들은 며칠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제안서에 공을 들였다. 이 대학 A 교수는 “상징성이 커 이사장님과 총장님이 절실하게 원해 준비하는 교수들이 모두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각 대학이 AI대학원 선정에 목을 매는 것은 단순히 10년간 190억 원에 이르는 정부 지원금 때문만은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인 AI 인재 사관학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AI는 산업 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의 핵심 요소로 부상했으나 관련 인재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이번에 2개의 막차 티켓을 놓치면 AI대학원을 제대로 키울 여건을 상실해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곳의 AI대학원을 선정하기로 하고 지난 2019년 2학기부터 순차적으로 8곳을 이미 선정했다. 현재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을 통해 선정 절차를 진행해 이르면 오는 4월 초 마지막 2곳을 발표하게 된다.

서울경제가 대학별로 AI대학원 지원 현황을 살펴보니 서울대, 서강대, 중앙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경희대, 이화여대, 동국대, 가천대, 경북대·전남대 등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AI대학원으로 지정받기 위해 재수에서부터 4수까지도 불사한 이들 대학은 열흘 뒤 대전의 한 호텔에서 기존 AI대학원 교수 등 평가위원 앞에서 각각 한 시간씩 하게 될 프레젠테이션·질의응답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A 교수는 “AI 관련 연구 실적, 교육 프로그램, 산학 협력, 해외와의 공동 연구, 인프라, 학내 AI 융합 등을 어떻게 어필할지 고민 중”이라며 “AI대학원에 선정되면 AI 인재를 매 학기 40~50명 이상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앞서 부산대, 충남대, 인하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3년간 총 40억여 원을 지원받는 AI 융합연구센터에 선정돼 이번 AI대학원은 신청하지 않았다.



서울대의 경우 과거 고배를 마셨던 경험이 있다. 정부가 처음 AI대학원을 선정할 때 독립 학과 형식이 아닌 협동 과정 운영 방식을 제안하며 도전했으나 ‘AI 학과 개설’이라는 기본 요건을 맞추지 못해 탈락했다.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정부가 지난해 꼭 독립 학과가 아니더라도 ‘협동 과정’이나 ‘학과 내 전공 과정’도 가능하다고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AI 학과를 만들려면 컴퓨터공학과 등의 교수들이 소속을 옮기거나 외부에서 영입해 적잖은 전임 교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교수들이 새 학과로 옮기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해 이번에도 협동 과정으로 제출했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AI대학원의 전임 교수 기준은 최소 7명 이상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그 기준의 두 배 이상을 확보하게 된다. 이미 서울대와 대구경북과기원 등 대부분의 대학이 적극적으로 AI 교수 확충에 나섰고 중앙대와 가천대 등은 학부에 AI 학과를 신설하는 등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정송 KAIST AI대학원장은 “AI대학원은 크지 않은 예산으로 효과를 발휘한 성공 모델”이라며 “KAIST는 국내외에서 기라성 같은 14명의 전임 교원을 확보했는데 세계 3대 AI 학회에서 논문 발표 6위를 기록할 정도로 발전하고 있어 정부가 꾸준히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서울대 공대조차 일부 학과에 따라 미달 사태가 날 정도로 ‘이공계 위기론’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존에 선정된 AI대학원은 학생 지원 경쟁률도 높다. 앞서 문을 연 KAIST·고려대·성균관대(2019년 2학기), 포항공대·광주과기원(지난해 1학기), 연세대·울산과기원·한양대(지난해 2학기)는 입학 경쟁률이 평균 4 대 1 이상이며 석사 과정 중에는 7~9 대 1에 달하기도 한다.

국양 대구경북과기원 총장은 “AI를 응용하지 않고는 산업 경쟁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으나 우리의 AI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AI대학원 설립을 생존이 걸린 문제로 보고 국제 경쟁력을 가진 AI 교수들을 다수 영입했으며 2025년까지 20명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진석 IITP 수석연구원은 “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꾀하기 위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라며 “얼마나 짜임새 있게 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우수 학생을 길러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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