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화학·운송 등 경기 민감 업종, 금리 상승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 등 금융업의 실적 전망치가 가파르게 상향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글로벌 확산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유통·음식료 등 소비재 업종의 1분기 이익 전망치도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모습이다. 당분간 증시가 변동성이 심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4분기 ‘어닝 시즌’이 본격화된 지난달 이후 국내 증권사가 코스피 200 지수 구성 종목을 대상으로 발표한 올해 실적 상향 리포트 534개, 70개 기업(에프앤가이드 등록 기준, 증권사 3곳 이상 전망치가 존재하는 종목 대상)을 분석한 결과 올해 영업이익이 이전 예상치보다 가장 많이 상향 조정된 종목은 삼성생명(032830)인 것으로 나타났다. 4곳의 증권사들이 삼성생명의 올해 영업이익을 이전 추정치 보다 평균 115.57% 높였다. 삼성생명의 뒤를 이어 6곳의 증권사에서 해운사인 HMM(011200)의 올해 영업이익을 기존보다 평균 85.66% 높였으며 LG디스플레이(034220)도 50.58% 상향했다. 금호석유(011780)(46.51%), OCI(010060)(33.65%), LIG넥스원(079550)(21.14%), 롯데쇼핑(023530)(20.88%), SK이노베이션(096770)(20.62%) 등이 이전보다 20% 이상 전망치를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과 은행들의 이익 추정치 상향 정도가 컸다. 화학업종에서 한솔케미칼(014680), 코오롱인더(120110), 금호석유, SK이노베이션, SKC(011790), OCI의 영업이익이 상향됐으며 은행업종에서는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 신한지주(055550), 기업은행(024110), KB금융(105560), BNK금융지주(138930)의 이익 전망치가 높아졌다. 유통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도 상향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여의도 더 현대를 개장한 현대백화점(069960)을 비롯해 이마트(139480), 신세계(004170), 롯데쇼핑, BGF리테일(282330) 등 5개 기업의 전망치가 높아졌다. 이외에 화장품 기업과 증권사, 자동차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높아진 경우가 많았다.
가장 이익 전망치 상향 정도가 컸던 업종은 해운·운송 업종으로 이전 전망보다 평균 31.26% 올랐고 화학업종이 21.68% 상향됐다. 화장품과 증권이 각각 13.86%와 13.58%, 유통 10.56%, 의류 9.19% 등의 순이었다. 은행은 상향된 종목은 많았지만, 상향 폭은 평균 6%선으로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익 전망치 상향 정도가 큰 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경기 회복 기대감과 관련이 있었다. 화학·운송업종은 경기 개선에 따른 교역과 생산이 늘어나 제품(용역) 가격 상승이 예상되며 유통업종은 지난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지만, 올해는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소비가 늘어나 실적 역시 바닥을 벗어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이익 전망치를 끌어올렸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유통업종의 기저효과에 따른 실적 반등은 이제 초입 구간”이라며 “이연 소비에 더해 보복 수요까지 반영될 경우 실적 개선 흐름은 연중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경기 회복에 따른 시중 금리 상승으로 은행과 보험 등 금융주와 증시가 호황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증권사들의 이익 상향 정도가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금리 상승에 부담을 지속적으로 느끼면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적 전망이 개선되는 업종과 종목들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어 전략이 필요한 국면에서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업종은 피해야 한다”며 “최근 한 달 코스피의 업종별 1분기 순이익 변화를 보면 운송, 은행, 증권 등의 이익이 상향 조정되고 있는데 조정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 흐름을 보이기에 포트폴리오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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