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비교적 바이러스 확산을 잘 통제해 왔다. 또 중국 경제의 성장과 회복에 따른 부수적인 수혜를 입었고 글로벌 IT산업과 부품 순환 사이클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투자기회를 찾을 때 경제, 사회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핵심 글로벌 트렌드는 탈세계화와 디지털화다.
우선 우리는 이미 탈세계화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와 세계 질서의 변화를 목격해왔고 코로나19는 이것을 가속화시켰다. 탈세계화는 공급망을 지역적, 정치적으로 가까우면서 비용이 적게 드는 국가로 단축하거나 다양화시킨다. 따라서 글로벌 무역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아메리카, 그리고 유럽이라는 세 가지 블록으로 분할되고 있다.
그 중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블록은 기술력 증대와 중산층 번영에 힘입어 지난 10년간 형성돼 왔다. 분명한 수혜자는 중국의 기술 산업과 무역, 동북아시아의 제조업 분야, 아세안(ASEAN)의 저비용 생산국들이다. 중국 본토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한국·베트남·대만과 같은 국가들은 이 새로운 무역 블록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가 지정학적 동맹 관계로 이어진다면, 일본과 한국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압력이 가해질 수도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을 다시 촉발시킬 잠재적인 요인이 된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 한국은 경제와 안보의 이해 관계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다행히 미국의 새 정부는 지난 정부에 비해 덜 불안정하고, 협력적이며 원칙에 기반을 둔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디지털화다. 중국은 현재 경제 구조를 고도성장 위주에서 지속가능한 고부가가치 기반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수출 주도형 국가인 한국은 이 기조의 수혜국이다. 한국은 글로벌 IT(정보기술) 산업의 부품 순환 사이클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고 중국에 전자 장비가 공급되는 것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 수출의 35%가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에서 나온다.
한국의 소비자와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화가 더욱 가속화됐다. 팬데믹은 의료, 교육, 리테일이나 사무실 출근 등 대면 접촉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디지털화를 촉진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5G(5세대) 인프라 구축이 가속화되고, 원격 근무에 필요한 클라우드나 온라인 데이터 공간을 위한 자본 지출이 증가할 것이며 이와 관련된 기업들에 대한 투자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는 한국과 아시아 신흥국의 IT기업들에 현금 창출력을 강화하여 이에 대한 투자 기회가 부각되고 있다. 한국에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탈세계화와 디지털화는 향후에도 가치 있는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레일 아코너 BNY Mellon 운용그룹 수석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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