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이 비대면으로 전환하면서 전 세계 전자계약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1년간 정부가 사실상 독점했던 공인인증서가 폐지되면서 국내 전자계약 서비스 확산세도 빨라지고 있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전자계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모두싸인도 크게 주목받고 있다.
모두싸인은 국내 전자계약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치면서 선두에 서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8일 서울경제와 만난 모두싸인의 이영준(사진) 대표는 "사용성"을 비결이자 시장의 판도를 가를 핵심 가치로 꼽았다. 그는 "토스가 처음 공인인증서 없는 무료 송금 서비스를 시작해 금융 시장을 혁신했듯, 전자계약 시장은 이제 대변화의 초입에 놓였다"면서 "IT 서비스라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그동안 다가가기 어려웠던 법률적인 내용을 이용하기 쉽게 구성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모두싸인이 창업한 2015년에도 국내에 전자계약 서비스가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은행이나 보험, 렌터카 등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자계약 시스템을 쓰고는 있었지만 기업부터 개인까지 범용으로 쓰이지는 않았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로테크(Law Technology) 분야 창업을 진행하던 중 접근하기 쉬운 전자계약의 필요성을 경험했다. 그는 "작은 규모의 민사 사건은 대부분이 계약서의 미흡한 양식, 해석 차이, 분실 등으로 인한 문제"라며 "누구나 쉽게 합의된 약식으로 계약을 맺고, 이력이 조회되며, 언제든 열람해 볼 수 있게 한다면 사법적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거라 봤다"고 말했다.
모두싸인 서비스는 한국 비즈니스 환경에서 쉽게 쓸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우선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카카오톡으로 바로 링크에 접속해 계약을 진행할 수 있다. 기본 계약서 템플릿도 있지만, 기존 계약서를 업로드하는 방식이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계약으로 바로 대체가 가능했다. 이 대표는 "문서 업로드, 서명 요청, 체결 완료까지 계약의 모든 과정을 자동화하는데 별도 프로그램이나 앱 설치가 필요없는 글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라며 "기업이 구독료를 지불하면 언제 어디서나 사인과 도장으로 법적 효력 있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편한 사용성에 초기 과감한 투자를 더해 범용 전자계약 서비스 시장을 선점해두자 지난해 모두싸인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1년 동안만 유료 이용자 수가 5배 폭증한 것이다. 현재 한국 존슨앤드존슨, 포스코, 카카오 등을 비롯한 다양한 규모와 업종의 8만 7,000여 기업을 고객사로 누적된 이용자가 108만 명, 문서 및 서명도 540만여 개를 돌파했다. 시장 전망은 더 밝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 기준으로 2019년 11억 달러(약 1조 2,400억 원)이었던 글로벌 전자계약 시장은 매년 평균 28.9% 성장해 2027년에는 약 80억 달러(9조 원)로 전망된다.
모두싸인은 전자계약로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면서 플랫폼 기업으로 발전을 목표한다. 최근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115억 원을 투자 유치한 만큼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술 개발과 대규모 인재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전자계약 서비스는 미국의 도큐싸인, 일본의 클라우드싸인 등 1위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는 네트워크 효과가 큰 만큼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며 "계약 준비부터 갱신과 파기까지 계약의 생애 주기별 서비스를 넘어 기업의 발전 과정에 따라 필요한 계약, 금융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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