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LH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입단속’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직원들의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적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적절하지 못한 행보라는 비판도 나온다.
8일 사내 익명 게시판 격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 인천본부의 내부 e메일이 공개됐다. 블라인드는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데 해당 회사에 다닌다는 인증을 받아야지만 가입할 수 있다.
인천본부 경영혁신부는 내부 e메일을 통해 “특정인의 근무 여부, 직급, 소속, 인천본부 내 관련 인원 등을 확인하려는 연락이 계속 되고 있다”며 “회사 기본 입장은 ‘개인 정보라 확인해줄 수 없다’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토지 지번, 소유자, 직원 신상, 관련 도면·사진 등이 대외로 절대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영혁신부는 “경영혁신부 및 광명시흥사업본부로 일원화해 신중히 대응할 예정이오니 언론 등의 접촉이 있을 시 개별 대응을 삼가고 관련 부서로 연결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정부 합동조사단이 자체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언론사와 시민 단체 등에서 추가 의혹 조사 등에 나서자 내부 ‘입단속’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택지 소유자 정보는 등기부등본 열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해당 토지주가 LH 직원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LH 홈페이지 등을 통해 직원 이름과 소속 부서 정도는 확인할 수 있지만 동명이인인지, 토지주 본인인지 등은 해당 직원의 개인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는 확인이 어렵다.
LH는 “개인 정보인 만큼 확인 불가”라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고양 창릉 신도시 토지 매입 의혹, 광명·시흥 추가 의혹 등에 대해서는 “동명이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LH는 개인 정보에 대한 보호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LH가 혹시 모를 ‘내부 고발자’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 입단속에 나선다는 비판이 나온다. LH의 한 관계자는 “개인 정보에 대한 확인은 민감한 부분이 있다”며 “정부 합동조사단의 조사를 통해 사실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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