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건설 현장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거리낌 없이 쓸 수 있도록 대대적인 시스템과 제도 개선에 나선다. 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중단에 따른 손실 부담, 현장의 눈치 등 작업중지권을 쓰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을 뜯어고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은 국내외 현장별로 근로자 작업 중지 권리 선포식을 열고 근로자 작업중지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한다고 8일 밝혔다. 지난 2018년 12월 바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산업재해 발생 위험 시 노동자가 즉시 작업을 중시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물산은 법이 작업중지권을 쓸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급박한 위험’이 아니더라도 근로자가 안전하지 않은 환경이나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작업중지권을 쉽게 행사할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 회사는 근로자가 작업중지권을 행사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돼온 불이익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인 보상과 포상 제도를 도입한다. 우선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로 공사가 중단되고 차질이 빚어질 경우 협력 회사에 대해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이는 공사 계약에 반영한다. 또 작업중지권 행사로 현장 위험 요소를 사전에 발굴하고 제거하는 데 적극 참여한 근로자에게는 인센티브를 지급할 예정이다.
활성화를 위한 시스템 개선도 병행한다. 근로자가 쉽고 빠르게 작업중지권을 행사하고 조치 내용을 공유받을 수 있도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전용 애플리케이션, 핫라인 등 신고 플랫폼을 구축한다. 현장별로 긴급안전조치팀을 운영해 작업중지권이 행사될 경우 즉시 조치하고 해당 내용을 근로자에게 피드백할 계획이다. 전사적으로 작업중지권 관련 공통 운영 기준과 절차를 확립하고 현장 관리자와 근로자 대표 간 협의체인 노사협의체에서 공식 의결해 이를 안전 보건 관리 규정에 반영해 제도화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각종 포상 등을 통해 위험 발굴을 유도한 결과 지난해 건설 현장에서 8,400여 건의 작업중지권이 행사됐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안전은 경영의 제1 원칙”이라며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보장 외에도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해 현장의 안전·환경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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