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0년까지 주택 공시 가격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정책으로 기초연금 등 사회복지 보조금 수급 자격이 박탈되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공시 가격 현실화의 이유로 ‘서민과 취약 계층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을 꼽았지만 역설적으로 일부 저소득층은 급격한 공시 가격 상승으로 기존에 받고 있던 복지 혜택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시 가격은 복지뿐 아니라 60여 개의 조세·행정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다.
◇공시 가격 현실화 여파 크다=8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공개한 ‘부동산 공시 가격 현실화 계획의 연계 효과’ 보고서에서 정부의 공시 가격 현실화 로드맵으로 기초연금 및 장애인연금 등의 수혜 대상이 조정되고 수혜자의 급여액이 일부 축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연금과 장애인연금은 재산의 소득 환산액을 기준으로 수급 여부를 결정한다.
매년 공시 가격이 오르면 부동산의 소득 환산액도 높아지는데 일부 수혜자의 경우 이 금액이 연금 수급 기준을 초과하게 되면서 수급 자격을 잃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정환 추계세제분석관은 “기초연금이나 장애인연금의 경우 일정 비율을 정해두고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시 가격이 오른다고 연금 수급 인원 자체가 줄어든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일부 수급자의 경우 재산 점수가 올라 수급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소득 또는 생활 수준, 재산, 자동차 등을 점수로 환산한 후 점수당 보험료를 곱해 산정하기 때문에 공시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보험료가 증가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 외에도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취업 후 학자금 장기 상환 대상자, 생계유지 곤란 병역감면 대상자 선정 등에 있어서 공시 가격은 자격 요건 중 하나로 작용하며 부동산 공시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대상자 선정 등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기능 대응 방안 마련해야=공시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복지 정책의 수혜 대상이 큰 폭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는 ‘공시 가격 현실화 정책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시 가격이 복지뿐 아니라 부담금·조세 등 63개 제도에 활용되고 있는 만큼 공시 가격 현실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취약 계층의 생계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복지 정책의 경우 완충장치의 필요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초연금이나 장애인연금 등의 수급자가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 양호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정부의 공시 가격 현실화 정책 영향으로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며 “과거 공시 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했을 때 만들어진 연금 수급 기준인 만큼 공시 가격 현실화가 이뤄지게 되면 수급 기준을 보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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