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의 이면에는 일반인도 손쉽게 농지를 구매할 수 있는 농지법의 헛점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농지를 매입하려면 어떤 작물을 심을 예정인지 등이 적힌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1,000㎡ 미만 소규모 농지에 대해서는 예외다. LH 직원들 사례처럼 소규모 농지를 매입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됐을 때 보상을 노리는 방식에는 농지법은 아무 소용이 없다. .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지법 상 원칙적으로 농업인 외에는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 때문에 일반인이 농지를 신규 매입할 때는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만 한다. 농업경영계획서가 없으면 소유권 이전 근거가 되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지자체에서 발급받을 수 없다. 다만 1000㎡ 미만 소규모 농지는 예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경영계획서 없이도 매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규모 주말농장이나 텃밭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편의를 위해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3기 신도시 지정과 같은 부동산 호재가 터지면 적은 농지는 대박이 터질 수 있다. 디테일이 악용된 셈이다.
현금 유입을 막기 위한 대토제도 문제다. 토지로 보상할 경우 소규모 농지 소유주는 예상보다 더 큰 이득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주택특별공급 자격을 주는 토지 면적 기준을 1000㎡에서 400㎡로 낮추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준에만 부합하면 100% 분양권이 주어진다. 농업경영계획서조차 제출하지 않은 소규모 농지가 수억대의 아파트로 대박이 터질 수 있는 것이다.
농사 목적인지 투기 목적인지 여부를 가려내기 힘들다는 점도 현행 농지법의 허점이다. ‘농사를 짓는다’의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 나무만 심어놔도 ‘조경’으로 인정돼 농사를 짓는 것으로 평가한다. 농업경영계획서에도 비슷한 맹점이 있다. 농지 구매 시 농업경영계획서에 벼를 심는다고 해놓고 다른 작물을 심는 행위도 불법이 아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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