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당근마켓'에서 거래한 소비자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판매자의 신원을 알 수 있게 된다. 이에 분쟁 해결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어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판매자를 알아야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 피해구제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품에 하자가 있는데도 판매자가 환불을 거부하며 '연락 두절'이 되는 경우 등 분쟁 해결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신원정보를 제공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9일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전자상거래법)을 보면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는 개인들이 물건을 판매하려 할 경우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 신원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개인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 분쟁이 발생한 경우 수집한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소비자에 알려 줘 분쟁 해결을 도와야 한다.
이는 법 공포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된다. 올해 하반기 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런 조치가 가능해진다.
한편 소비자에 공개된 판매자의 신원 정보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소비자가 판매자를 모를 경우 분쟁조정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거는 게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피해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하려면 위 조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네이버나 중고나라는 회원가입을 할 때 '실명인증'을 거치지만 당근마켓 등은 전화번호만 입력해도 가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하자 상품을 보내고 환불을 끝까지 거부해도 판매자를 알 수 없어 손해를 배상받기 힘들다. 공정위 관계자는 "분쟁을 조정하려면 일단 판매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하는데 현재 일부 온라인 플랫폼 시스템 아래에서는 판매자 특정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전자상거래법 20조에 따르면 판매자가 사업자가 아닌 경우 플랫폼은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확인하고, 거래 당사자가 상대에 관한 정보를 열람할 방법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온라인 플랫폼 앱은 가입 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위 20조는 일상 용품, 음식료 등을 인접 지역에 팔기 위한 거래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개인 간 거래가 과거보다 더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관련 분쟁도 더 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고려해 '인접 지역 거래에 한해서는 적용을 배제한다'는 단서는 이번 개정안에서 사라지게 됐다.
법이 개정되면 온라인 플랫폼은 △ 소비자가 요구하고 △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할 때에만 판매자의 신원정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판매자 연락 두절 등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판매자 신원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신원정보를 일반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제품에 어느 정도 하자가 있어야 하는지, 판매자가 연락을 받지 않으며 환불해주지 않는 기간이 얼마나 길어야 하는지, 이밖에 어떤 사례가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분쟁 사례에 해당하는지 등 세부적인 기준은 온라인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공정위는 법 통과 후 시행령을 통해 플랫폼이 수집하고 소비자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플랫폼이 수집하고 분쟁 당사자인 소비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판매자의 정보 가운데 집 주소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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