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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 빼고 소비 줄여...엥겔계수 20년만에 최고

작년 12.9%...코로나 사태로 급증

주거비 비중도 18.7% '14년래 최고'

"식탁물가 안정·주택공급 확대 필요"





지난해 가계의 소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엥겔계수’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엥겔계수는 저소득층일수록 가계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경향을 띠어 후진국형 경제지표로 불린다. 지난해 식료품 가격 상승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엥겔계수가 급등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전체 소비 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했는데 먹고 자는 기본 소비생활에 들어간 돈이 늘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한층 팍팍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이 9일 발표한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 소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이 국내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9%로 지난 2019년(11.4%) 대비 1.5%포인트 증가했다. 2000년 1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득이 많아지거나 줄더라도 식품 소비 등은 기본적으로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고소득층이나 선진국일수록 필수품인 식료품비 지출 비중은 전체 소비에서 감소하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 엥겔계수는 1970년대 35% 수준까지 높아졌다가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20% 중후반대로 하락했다. 2001년 이후에는 줄곧 10~11%대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고 이로 인한 가계 소비 심리 위축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줄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득(국민 총처분 가능 소득)은 0.4% 늘었는데도 소비 지출은 3.4%나 줄어 과도한 소비 위축이 나타났다는 진단이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과 함께 식료품 수입 가격도 올라 엥겔계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엥겔계수와 함께 빈곤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슈바베계수도 치솟았다. 가계 지출에서 임대료 및 수도광열 지출 비중을 말하는 슈바베계수는 2019년 17.6%에서 지난해 18.7%로 1.1%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2006년(18.8%)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슈바베계수 역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값이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지난해 집값 급등에 따른 전월세 비용 상승이 가계의 전반적인 주거비를 높였다. 반면 의류·신발 지출 비중은 5.2%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급락하면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의류·신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경향이 거세지며 수입 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올해도 엥겔계수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식탁 물가 안정을 위해 불필요한 물가 상승 요인 억제와 물가 급등 품목에 대한 시장 수급 상황 개선이 필요하다”며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주택 공급 확대와 저가 주택 임대 시장 활성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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