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장기물에서 단기물로 전이되고 있다. 연초 들어 국고채 중장기물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고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역으로 일부 기관 투자가들이 ‘장기물 매수, 단기물 매도’로 포지션을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6bp(1bp=0.01%) 오른 연 2.034%에 거래를 마치며 2019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가 오를수록 하락한다.
특이한 점은 이날은 만기가 짧은 국고채를 중심으로 약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최종 호가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6.7bp 오른 연 1.206%를 기록하며 지난 해 2월 20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번 주 들어서만 14bp나 오르며 단숨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한 지난해 3월 이전 수준까지 치솟았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 지표로 주로 쓰이는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이날 9.5bp나 오르며 연 1.592%에 마감했다.
중장기물 금리 상승→장단기 금리차 확대→단기물 금리 상승 순으로 시장 금리가 회복세를 보이는 경로가 나타났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중장기물 금리는 인플레이션 기대, 재정 확대에 따른 수급 부담, 미국 국고채 금리 상승에 힘입어 오름세를 보였지만, 단기물은 비교적 상승폭이 작았다.
시장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장기물 금리와 달리, 단기물 금리는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과 연동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었던 만큼 단기물의 상승 여력이 부족했다.
실제로 지난 달 말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연초 대비 23.7bp 상승한 반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6.6bp 늘어난 데 그쳤다. 그 결과 국고채 10·3년물 간 금리차는 같은 기간 0.769%포인트에서 0.94%포인트까지 확대되며 2011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너무 많이 벌어졌다”고 판단하고 단기물을 팔고 장기물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지난주부터 장단기 금리차를 활용하려는 일부 기관의 포지션이 구축되면서 그간의 장기채 매도, 단기채 매수 구도가 역으로 형성된 결과”라며 “그간 무리하게 확대돼 있던 장단기 금리차에 대한 반작용이 작동함과 동시에 금리 인상 기대를 당겨서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증권가에선 경기 회복, 재정 확대 기조 지속에 따라 당분간 국고채 금리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연 2.2% 수준까진 오를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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