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금융시장을 옥죄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기가 회복되며 물가 상승 우려가 높아진 데 반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인플레이션·금리 억제 의지는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 위험 자산 하락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리 인상에 큰 영향을 받는 미국 나스닥과 코스닥 등은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는 수준까지 추락했다.
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9.99포인트(0.67%) 하락한 2,976.12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1월 25일 종가인 3,209.99와 비교해 7.26% 하락한 수치다. 장중에는 금리 상승 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2%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기술·성장주의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코스닥은 하락률이 더욱 가팔라 이날 896.36(-0.93%)으로 마감하며 900선이 결국 무너졌다.
금융투자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라 미국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서 강한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불안이 자산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물가 상승이 미국 국채금리 상승을 이끌었고 이 변화가 달러화 강세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이날 처음으로 세계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에 ‘인플레이션’을 거론하며 경고에 나섰다. OECD는 지난해 12월 제시한 2021년 세계 경제 전망을 수정하면서 “최근 국제 원자재가 및 유가 오름세, 주요국 국채금리 상승 등 인플레이션 발생 조짐이 있다”며 특히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상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8일(현지 시간) 미국의 10년물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연 1.615%까지 치솟았다. 올해 초만 해도 10년물 수익률은 1%를 밑돌았지만 두 달도 안 돼 0.7%포인트 오른 셈이다. 우리나라의 국고채 10년물 금리도 전 거래일보다 0.6bp(1bp=0.01%) 상승한 연 2.034%에 거래를 마치며 2019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1,140원 30전으로 마감해 지난해 10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조정이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 매력을 훼손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당분간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것이고 경기민감주로의 순환매 또한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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