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온·오프라인 유통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온라인 쇼핑 분야 최강자인 네이버와 손잡았다. '온라인 퍼스트' 전략을 위해 집토끼(SSG닷컴)뿐만 아니라 산토끼(네이버 지분 투자, 이베이 인수 검토 등) 공략에도 적극 나서는 행보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과 네이버가 손을 잡은 것은 오는 11일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앞둔 쿠팡을 견제하고 유통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지분교환으로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에서 판로를 확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고, 네이버는 신세계그룹의 상품 등 다양한 콘텐츠를 대거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이마트는 이번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을 통해 온라인 쇼핑에서 판로를 확대하고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마트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몰 SSG닷컴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2.5%에 불과한 만큼 업계 1위 사업자인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를 활용하면 단숨에 선두 위치로 덩치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오픈마켓으로 전환을 추진 중인 SSG닷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 제휴 방안 등도 예상된다.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처럼 직매입해 물건을 판매하는 구조가 아닌 거래 중개 업체인 네이버 입장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상품 등 유통 분야 콘텐츠를 대거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SG닷컴은 아직 이용자 수 등을 볼 때 온라인 플랫폼으로선 입지가 약하다"며 "네이버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마트는 네이버가 강점을 갖고 있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쇼핑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앞서 올해 5,600억 원의 투자 금액 중 1,000억 원 상당을 디지털 전환에 사용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SSG닷컴 온라인 주문 처리반인 P.P센터 확대는 물론, 데이터 통합 고도화를 통한 크로스 및 타깃 마케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미 정보통신 업계의 브레인을 잇달아 영입하며 개인 맞춤형 쇼핑과 배송 효율화, 자동화 챗봇 서비스 고도화에 나선 바 있다. 여기에 네이버의 역량을 접목하면 더욱 효율적인 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의 지분교환은 요동치는 E커머스 시장에서 합종연횡이 새로운 생존공식이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이버와 이마트가 연합하면 '플랫폼-오프라인-물류'의 삼각 편대를 활용할 수 있는 구심점이 만들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해 10월 CJ대한통운과 3,000억 원 규모 지분 교환에 합의해, CJ대한통운의 지분 7.85%를 가진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이미 물류의 핵심인 풀필먼트(대형창고를 통한 물류 대행) 서비스를 구축했다. 네이버와 이마트의 지분 교환을 통해 이마트는 네이버 플랫폼은 물론 온라인 쇼핑에서 CJ대한통운 물류를 활용해 과감한 사업 확장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정 부회장과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지난 1월 네이버 분당 사옥에서 만나 양사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배석했다. 이를 놓고 양측이 제휴 관계를 맺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김보리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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