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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은 정부 보호·EU는 新 밸류체인…K배터리 안심하다간 역주행

[위협받는 K배터리]

내수·보조금으로 성장한 中 업체

테슬라 등 글로벌車와 협력 액셀

유럽은 해외 기업에 '규제의 덫'

日도 민관 힘합쳐 공급망 협의회

"원재료 의존 韓, 정부지원 시급"





지난해 ‘K배터리’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전기차 중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한 배터리 사용량은 33.5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대비 2.7배 늘었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사용량은 각각 8.2GWh와 7.7GWh로 같은 기간 1.8배, 3.7배씩 성장했다. 글로벌 1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이 32.5GWh에서 34.3GWh로 5.4% 성장하는 데 그쳤고 파나소닉과 BYD가 점유율이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국내 배터리 3사의 선전이 뚜렷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본 게임은 이제부터’라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내연기관이 100년 자동차 산업을 지배했듯 향후 100년간 지속될 긴 여정에서 친환경 자동차는 이제 겨우 초입에 서 있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시점에서 K배터리가 초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은 맞지만 전기차 시장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라면서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中, 정부 지원에다 해외 완성차와 연대

K배터리 3사가 점유율상으로는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상위 10개 배터리 업체 가운데 절반은 중국 업체다. CATL을 비롯해 BYD(4위·6.7%), AESC(7위·2.7%), CALB(8위·2.4%), 궈시안(9위·1.7%) 등 톱10 업체에 중국 업체 5곳이 포진해 있다. 점유율은 미미한 듯하지만 이들은 중국 내수 시장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 잠재력을 키워가고 있다. 오는 2035년까지 순수 전기차(EV) 시장이 2,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중국 시장이 절반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에는 내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K배터리를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를 고객사로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 3차 물량도 3분의 2를 따냈다. 폭스바겐은 아예 궈시안 지분을 26% 인수하며 협력을 강화했다. 폭스바겐은 글로벌 2위 전기차 메이커다. 독일 다임러도 중국 배터리 업체 파라시스 지분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큰 BYD가 CATL에 이어 두 번째로 유럽 진출을 선언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업체인 BYD가 배터리 사업을 분리하려는 것도, 본격적인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의 배터리 산업이 철저히 정부 보호 아래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중국 정부는 한국 등 외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끊는 방식으로 자국 배터리 산업을 노골적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해서 성장한 대표적인 곳이 CATL이다.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CATL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지난해 100기가와트시(GWh)에서 2023년 336GWh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현재 120기가와트시의 3배에 육박한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사는 “중국이 배터리 핵심 소재 공급가격을 매기면서 내수와 수출 가격에 차별을 둘 가능성도 있다”면서 “중국이 배터리 원재료 공급을 지렛대로 삼아 얼마든 한국 배터리 산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 해외기업 대상 배터리 규제안 마련

유럽과 미국 등 강대국도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산업 키우기에 뛰어들었다. 유럽은 이미 2017년 유럽연합(EU) 배터리연합(EBA)을 출범시켰다. 생산·유통·재활용까지 배터리 전 주기에 걸친 밸류체인을 유럽 내에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원자재 수급, 탄소 배출 규제까지 포괄하는 EU 신(新)배터리 규제안도 내놓았다. 자신들이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만 유럽 내 공급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EU의 배터리 표준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배터리 생태계 자체를 유럽 중심으로 형성해버리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럽의 배터리 산업 공략이 늦은 감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절대 늦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소재·제조 강국인 일본도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민관 할 것 없이 힘을 합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중 출범하는 일본 전지 공급망 협의회는 유관 부처인 경제산업성과 글로벌 전기차 시장 확대에 공동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와 배터리 업체인 파나소닉이 민간 차원에서 뭉치는 것을 넘어 정부와의 협력하에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이미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은 도요타가 가장 앞서 있다는 것이 업계 인식이다.

중국·일본·유럽 협공 속에 K배터리는 원재료 수급을 사실상 100% 해외 의존하는 치명적인 약점도 안고 있다.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아프리카나 남미, 동남아에서 리튬·코발트·니켈 등 핵심 원재료를 조달하고 있다. 사업권을 확보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현지 업체와 장기 계약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일부는 스폿 물량으로 사들인다. 하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배터리 원재료 정제 시설의 80%를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결국 중국을 거쳐 정제된 원재료를 가져다 배터리를 생산해야 하는 셈이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중국 등 해외에 의존하는 원재료 조달이 K배터리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러한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략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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