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합병 의혹을 다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이 곧 본궤도에 오른다. 올 초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이 부회장 앞에 또다른 사법 리스크가 놓인 것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고위관계자 11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피고인 양측의 대략적인 입장을 듣고 향후 심리 순서 등을 정하는 절차다. 준비 절차인 만큼 피고인들이 직접 출석할 의무는 없어 두 차례 이뤄진 공판준비기일에 이 부회장 등은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25일 첫 정식 공판을 열기로 했다. 재판이 정식으로 시작되면 피고인들이 법정에 출석한 상태에서 양측의 본격적인 공방이 이뤄지게 된다. 특히 이 사건은 준비 절차에서부터 공방이 치열했던 만큼 앞으로 진행될 공판에서도 양측이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앞선 두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부정승계가 이뤄졌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변호인단은 검찰이 내세운 공소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부회장으로 취임할 즈음인 지난 2012년 이미 승계 준비 계획이 수립됐다고 주장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만든 ‘프로젝트G’에 맞춰 에버랜드(옛 제일모직)와 삼성물산의 합병이 추진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프로젝트G가 이 부회장의 승계 계획안이며, 여기에는 이 부회장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 가치를 고평가하고 삼성물산 가치를 저평가해 합병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봤다. 또 검찰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주식회사 외부감사법을 위반한 혐의도 적용했다.
이 부회장 측은 이러한 혐의들을 인정하지 않으며 줄곧 무죄를 주장해왔다. 변호인단은 “합병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 활동”이라며 “통상적 경영 활동인 회계 처리가 범죄라는 검찰의 시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폈다.
부당 합병 의혹 사건 1심 판단은 이 부회장의 수감 기간이 끝나기 전에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그는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된 뒤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되기까지의 수감 기간인 353일을 제외하면 이 부회장은 1년 6개월 정도 더 수감돼 있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부당 합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재차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수감 기간은 이보다 길어지게 된다.
한편 분식회계 의혹 관련 행정재판도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해당 소송은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에 반발해 낸 것이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결 종속회사’에서 지분법상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하면서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증선위는 삼성바이오 주요 경영진에 대한 해임 권고와 함께 과징금 80억 원 부과와 검찰 고발 등 행정처분을 내렸고, 삼성바이오는 서울행정법원에 이러한 조치가 부당하다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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