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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인력난에 '고급 인재 지키자'…LG, 직원 임금 9% 올렸다

업계 '공정한 보상' 요구 빗발

IT 인력난에 인재 이탈 단속도

건강 검진 등 복리 제도도 개선





LG전자가 18일 역대급 임금 인상을 단행한 것은 정보기술(IT) 업계의 인력난과 재계 전반에 확산되는 ‘공정한 보상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IT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을 중심으로 한 인력난이 사실상 전쟁 수준”이라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직원들과 나누는 한편 고급 인력들을 지키기 위한 LG의 결단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 2007~2009년 3년 연속 임금을 동결한 후 지난해까지 대부분 5%가 넘지 않는 수준에서 임금을 인상해왔다. 올해 이의 두 배 수준인 9%의 임금 인상이 결정된 것은 사실상 ‘파격’에 가깝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최근 IT 업계에서 인력난으로 줄줄이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LG전자 내 사무직을 중심으로 한 세 번째 노조가 출범한 것도 이번 임금 협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이날 복리 후생 제도도 개선하면서 직원들의 누적된 요구를 일부 해소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부터 초중고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직원은 자녀당 1회에 한해 노트북을 받게 된다. 직원의 배우자가 건강검진을 받지 않을 경우 직원 혹은 배우자의 직계가족 1인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익 3조 원을 넘는 실적 잔치를 벌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콕’ 여파로 생활 가전 수요가 크게 늘었고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도 선전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우수한 성과를 내면서 직원들의 보상 요구도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도 이날 임단협을 통해 기능직 기준의 임금을 평균 6.5~7.0% 인상하기로 했다. 이 역시 2010년대 초반 이후 최대 폭의 인상이다. 지난해 적자 폭을 줄인 LG디스플레이는 임금 인상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역시 최근 임금 체계를 개편해 직원 연봉을 이례적으로 대폭 인상했다. 신입 사원 연봉은 4,300만 원에서 4,600만 원으로 300만 원(6.9%) 인상했고, 선임과 책임급 직원의 초임 연봉은 각각 5,000만 원에서 5,300만 원, 6,100만 원에서 6,500만 원으로 올렸다. LG그룹 계열사에서 임금의 ‘도미노 상승’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재계는 이 같은 움직임을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의 불만을 다독이려는 차원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삼성·네이버 등 전 산업계에서 임금 협상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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