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침체를 딛고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려는 조선 업계가 노동조합의 몽니에 몸살을 앓고 있다. 전례 없는 수주 절벽에 허덕이던 한국 조선 업계가 올 들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추진선 등 세계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를 휩쓸고 있으나 노조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는 등 조선 업계의 부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사 간 반목이 생산 차질로까지 이어져 수주 활동에까지 악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2019~2020년 2년 동안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무산의 책임을 묻고 사측의 제시안 제출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열린 파업은 울산 본사에서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됐다. 올 들어 조선 업계 첫 파업이다. 조합원들은 파업에 참가하기 전 오토바이를 탄 채 공장을 한 바퀴 돌며 경적을 울리는 이른바 ‘경적 시위’를 벌였다.
이번 파업이 벌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2019·2020년 임단협 결렬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3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절반이 넘는 58%의 조합원이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됐다. 잠정합의안에는 △2019년 임금 4만 6,000원 인상 △2020년 기본급 동결 △성과급 및 격려금 지급 △2019년 5월 ‘한마음회관 사태’ 당시 해고자·징계자·노사 간 법적 소송 취하 등이 담겼다. 이 안이 부결되며 노조는 법인 분할 위로금 지급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무리한 요구라며 새로운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노조의 이번 파업으로 큰 생산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모처럼 회복세를 탄 조선 업황에 자칫 악영향을 끼칠까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해양 부문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009540)과 대우조선해양(042660), 삼성중공업(010140)은 올 수주 목표액 304억 달러(약 34조 3,800억 원) 중 85억 9,000만 달러(약 9조 7,100억 원)를 달성했다. 올 1분기가 지나기 전에 연간 목표치의 28.3%가량을 수주한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조선 업계가 순풍에 돛 단 수주 랠리를 이어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가장 표정이 어두운 것은 대우조선해양이다. 국내 ‘조선 빅 3’ 중 올해 목표 달성률이 23%로 가장 저조한데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거센 매각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부터 거제도 일대에서 ‘현대중공업 매각 반대 서명운동’을 실시해 10만 명이 넘는 동의 서명을 받아냈다. 노조는 지난 17일부터 양사의 결합 심사를 맡고 있는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공정위가 대우조선 매각을 선제적 불허할 때까지 끝장 농성은 진행할 것”이라며 “2년을 끌어온 대우조선 불공정 매각을 전면 철회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성중공업의 경우도 하청 업체 직원들의 파업으로 잠시 골머리를 앓았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국내 조선업계는 모두 실적 부진을 겪었다”며 “모처럼 원활한 수주를 통해 실적을 회복할 기회를 얻은 만큼 노사 간 협업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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