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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얌체' 투자를 할 때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전략부 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강타한 지 1년 여가 흘렀다. 인적 손실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이번 사태 직전까지 역사상 가장 긴 호황기를 맞고 있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과거 경제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재정 및 통화정책을 실시한 점은 다행이지만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현재 금융시장이 겪는 어려움이다. 특히 정책 효과와 높은 경제성장률은 시장에 선반영된 터라 최근에는 탄력이 둔화되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는 성장률이 오히려 하락한다는 점에서 증시는 새로운 호재를 원하고 있다.

지난 주에 끝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동결했고 매월 국채 최소 800억 달러, 모기지증권(MBS) 최소 40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하는 정책도 유지했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인 ‘점도표’상에서는 장기 저금리 유지 방침이 재확인됐다. 표면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월 FOMC 때와 지금의 경제 상황을 비교해보면 연준의 스탠스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점은 믿을 수 없어 보인다. 3월에 통과된 조 바이든 미 정부의 ‘미국 구조 법안’은 오는 9월 말까지 약 1조 2,000억 달러의 지출을 예정하고 있으며 이 자금은 대부분 중산층 및 저소득 가구를 위해 사용된다. 백신 접종자 수도 일일 250만 명 수준으로 누적 1억 1,000만 명을 돌파했고 2월 신규 주택 착공은 15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즉 경제 활동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어 연준이 2023년에나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확률이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초에는 연준이 채권 매입의 규모를 점차 줄이는 이른바 ‘테이퍼링’도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이 가운데 미국의 정부와 가계의 호주머니 사정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말 미국 가계의 총 자산은 1년 전보다 9% 이상 증가했고 특히 금융자산은 10% 이상 늘어 어느 때보다 ‘부유’한 상황이다. 최근 증가한 약 1조 8,000억 달러의 가계 저축액은 엄청난 ‘보복 소비’를 예고하고 있다.

반면 약 6조 달러에 달하는 직간접적인 지원금은 미 정부의 빚으로 고스란히 남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도 엄청나 최근의 금리 상승을 감안하면 앞으로 재정 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와중에 미국 경제 데이터는 계속해 긍정적인 서프라이즈를 주고 있어 높은 경제성장률, 실업률의 하락, 그리고 인플레이션의 가속은 연준이 현재 계획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크게 기존 정책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올 하반기에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통제될 확률이 높다. 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 기조 변경에 대한 시장의 긴장감 때문에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투자 환경은 새로운 경기 호황으로 진입하는 과도기 국면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섣부른 저가 매수나 변동성 높은 자산에 대한 투기적인 거래는 삼가야 할 시점이다. 올해 시장은 사서 묵혀 두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얌체 같은’ 거래를 해야 하는 장세다. 모두를 포용했던 반등장은 이미 지났으며 떨어뜨릴 사람은 낙오시키는 시장의 ‘악마성’이 드러나는 변동성 구간에 진입했다. 투자자들은 이 기간에 살아남아야 다음 강세장에 참여할 수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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