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부터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 미문의 위기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다. 코로나19는 중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에게는 감염병의 공포를 넘어 생존의 위기로 다가왔다. 금융권에는 이윤 창출만이 목적이 아닌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된 시기다. 금융사들은 대출 확대, 이자 유예 등을 통해 국가적 위기 돌파에 동참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금융산업의 지형도 금융권에는 또 하나의 위기였다. 핀테크 업체의 성장과 규모를 키운 빅테크의 공습은 은행, 카드, 보험 등 전통 카드사를 위협하고 있다. 쉽고 빠른 서비스, 생활 속 금융을 강조하는 디지털 금융사에 고객들은 환호했다. 오랜 시간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온 기존 금융사는 고객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발맞춰 혁신에 주력해야 했다. 금융사의 고민은 깊어졌지만 결국 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하고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했다.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을 지키고 그것을 바탕으로 질적 개선을 이룰 때, 비로소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 같은 금융권의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허인 KB국민은행장은 누구보다 돋보였던 최고경영자(CEO)다. 허 행장은 “모든 것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을 통해 고객에게는 신뢰와 편의성을, 직원에게는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주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그 위에 ‘고객과 직원 중심의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디지털 KB’라는 전략을 세우고 KB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KB의 디지털 전환 전략은 온라인과 모바일의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인력, 프로세스, 문화 등 조직 전체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허 행장은 KB의 ‘디지털라이제이션’에 대해 “사람 중심의 혁신을 지향할 때에만 그 혁신이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밝히며 ‘사람이 중심이 되는 디지털’을 강조하고 있다.
허 행장은 빅테크, 핀테크와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과 확연히 차별화 되는 강점인 대면채널을 적극 활용해 KB국민은행을 ‘고부가가치 창출 중심의 전문상담센터’로 진화시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천편일률적이었던 영업점 운영형태를 점주권별로 특화하여 차별화 된 운영모델을 적용하고 서울, 부산, 광주지역에 지역거점점포를 추가 확대하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고객에게 원스톱 전문상담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각종 연수와 제도 개선을 통한 직원의 종합금융상담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동남아와 선진국 시장에 대한 투트랙 전략을 기반으로 해외사업 확대를 지속 추진 중이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가에서는 주로 인수합병(M&A), 지분투자 등 비유기적 성장을 추진하고 오프라인 채널 전략과 연계한 디지털 뱅킹을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시스템이 안정된 선진금융시장에서는 주요 거점 내 지점?법인 등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이를 토대로 CIB?자본시장 비즈니스 위주의 수익창출 기반을 지속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허 행장은 지난해 캄보디아 소액대출기관인 프라삭 인수에 이어 8월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추가 지분 인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12월 미얀마현지법인 설립 본인가에 이어 올해 1월에는 미얀마의 경제 수도 양곤에서 ‘KB미얀마은행’ 현지법인을 열어 미얀마-캄보디아-인도네시아로 이어지는 동남아시아 금융벨트 완성이 보다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 행장의 이 같은 노력과 성과는 모든 금융인들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컸다. 금융당국·학계·금융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허 행장을 ‘2021 대한민국 베스트뱅커 대상’의 베스트뱅커로 꼽는데 이견이 없었다. 대내외 불확실성을 돌파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전문성, 리더십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려운 금융 환경 속에도 포용금융 확대에 전력을 다한 이수경 NH농협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문 부행장은 ‘베스트 여성 뱅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로 전문성이 강화된 조직을 이끌며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주관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고의 여성 금융인을 배출하는 영광도 안았다.
최고의 금융기관을 뽑는 베스트뱅크 부문에는 NH농협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농협은행은 시니어,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포용을 확대하고 생활 밀착 금융 플랫폼을 위한 서비스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농협은행의 올원뱅크는 독창적인 마케팅과 효율성 높은 서비스로 디지털 금융 시대에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예금보험공사는 예금보험 제도의 효율적 운영을 통한 예금자 보호 및 금융제도의 안정성 유지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베스트 금융공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2021 대한민국 베스트뱅커 대상은 코로나19 시대에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서민들에게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하나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을 각각 ‘베스트 사회공헌’과 ‘베스트 서민금융’ 수상사로 선정했다.
저금리 시대에 차별화된 투자전략과 고객 중심의 비즈니스를 선보인 SC제일은행은 개인금융 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부문에서 신한은행 디지털마케팅부는 마케팅 부문에서 각각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객과의 접점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금융인들도 돋보였다. 배정식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은 베스트 상품개발 수상자로 선정됐고, 홍승훈 KB국민은행 잠실롯데PB센터 PB는 베스트PB의 영예를 안았다.
간편결제 시스템과의 경쟁 속에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카드사도 주목받았다. ‘라이프&파이낸스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 신한카드의 임영진 대표가 베스트 여신금융인으로 선정됐고, ESG 특화상품인 ‘EVO 티타늄카드’를 선보인 KB국민카드는 베스트 여신금융 기업으로 뽑혔다.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선보인 미래에셋캐피탈도 베스트 여신금융을 공동 수상했다.
저축은행 업계 발전을 이끈 성명환 BNK저축은행 대표와 SBI저축은행은 각각 베스트 저축은행인과 저축은행 수상사로 결정됐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중소기업, 서민들을 위한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 김민기 원효새마을금고 이사장, 장성신용협동조합도 상호금융을 대표한 개인과 기관이었다.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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