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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 빚 4,000조 사상최대…더 큰 문제는 '숨은 신용리스크'

■ 경고음 커지는 가계·기업 부채-한은 금융안정 보고서

지난해 민간 부채 18%P 최대폭 증가…GDP 2배 훌쩍

부동산 금융에도 1년만에 212조 몰려 '또 다른 뇌관'

한은 "채무상환능력 악화…금융 리스크 확대" 경고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 상황(2021년 3월)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이민규(왼쪽부터) 안정총괄팀장, 민좌홍 금융안정국장, 박구도 안정분석팀장. /사진 제공=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초저금리로 우리나라의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 부채가 4,000조 원에 육박하며 전체 경제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며 지난해 한 해만 200조 원 넘는 자금이 대거 부동산으로 쏠린 만큼 자산 시장이 타격을 입을 경우 부동산금융은 급격히 부실화할 위험을 안게 됐다. 한국은행은 “민간 부채 급증과 이에 따른 금융 불균형 확대 등 중장기적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가계·기업 부채잔액) 비율은 215.5%로 추정됐다. 민간 부채비율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지난 1975년 이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2019년 말 대비 증가 폭(18.4%) 역시 최대 수준이다.

주체별로는 가계신용이 지난해 말 1,726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9% 늘었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 부채비율도 175.5%로 2019년 말보다 13.2%포인트 높아졌다. 소득과 비교해 빚 부담이 커지면 가계의 소비 등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 수준과 가계부채 증가 격차를 나타내는 가계신용갭은 5.9%포인트로 카드 사태가 발생했던 2002년 4분기 7.4%포인트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신용갭은 정상적인 신용 증가율과 실제 증가율의 차이로 최근 대출 등 신용 증가율이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는 점을 알려준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 배경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이 주택 거래량 증가로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신용대출도 주식 투자 수요 확대로 크게 증가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업신용도 2,153조 5,000억 원에 달하며 1년 전보다 10.1% 증가해 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빚을 내 버텼음을 암시했다. 일단 연체율은 은행과 비은행 모두 전년 말 대비 소폭 하락하면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고용 및 업황 부진으로 소득 여건 개선이 지연될 경우 가계 등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며 부실채권이 급증, 신용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한은은 우려했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연체율 지표가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가계·기업 등의 채무 상환 능력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지 않다”며 “채무 상환 능력 등 대부분 지표가 악화되는데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금융 지원, 원리금 상환 유예 등으로 실제 신용 위험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또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지난해 부동산금융에 쏠린 돈이 212조 원에 달해 전체 부동산금융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2,279조 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2018년과 2019년에도 7%대 증가율로 높은 수준을 보인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고공 행진을 지속하자 지난해에는 10.3%(212조 원)나 급증한 것이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가계 및 부동산 관련 기업에 대한 대출과 부동산 관련 금융 투자 상품에 투입된 자금의 합계를 뜻한다. 이에 따라 명목 GDP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의 비율도 118.4%로 2019년 말보다 10.7%포인트 치솟으며 역대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금융을 부문별로 보면 가계대출이 89조 2,000억 원 늘었는데 이 중 전셋값 급등에 따른 전세 관련 보증이 35조 4,000억 원으로 약 40%를 차지했다. 정책모기지론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중심으로 21조 1,000억 원 증가해 2019년 증가 폭(3조 2,000억 원)의 7배에 달했다. 기업여신 중에는 부동산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이 지난해 45조 6,000억 원 늘었는데 비(非)은행의 부동산업 대출 증가액(24조 9,000억 원)이 은행(20조 6,000억 원)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다.

한은은 “모기지론 양도, 보증 등을 통해 주택 관련 신용위험이 주택금융공사 등 보증기관에 집중돼 이들 기관의 충격 흡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보증기관으로 위험이 넘어가 은행 등의 가계대출 취급 유인을 강화해 가계부채를 더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철 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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