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우려했던 대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주택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들어 3월 중순까지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1위부터 10위까지를 GTX 관련 지역이 싹쓸이 한 것이다. 이들 지역 대부분이 과거 저평가 돼 있던 곳이다. GTX가 서민 집값만 올렸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GTX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전문가는 “교통호재로 집값이 계속 오를 수는 없다. 만약 호재가 사라지고 가격이 하락하면 결과적으로 정부가 서민 집값을 올려 놓고 하락시키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아파트값 상승률 조사해 보니>
서울경제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활용해 조사한 결과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전국에서 아파트 매매가가 가장 많이 뛴 상위 지역은 모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개발 수혜 지역으로 조사됐다. GTX-C 노선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의왕시가 무려 10%가량 오른 가운데 C 노선이 정차하는 양주도 9.3% 급등하는 등 10위권에 GTX 관련 지역이 모두 포진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국 상승률 1위는 의왕시로 10.01%를 기록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올해 두 자릿수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2위는 경기 양주로 9.35%, 3위는 경기 고양 덕양으로 9.27%를 기록했다. 4위는 경기 남양주 8.44%, 5위는 경기 안산 상록 7.62% 등이다. 이 외에 6위는 경기 의정부, 7위는 인천 연수, 8위는 고양 일산서구, 9위는 고양 일산동구, 10위는 안산 단원 등이 자치했다.
전국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10위권 지역은 모두 ‘GTX 수혜’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양주는 GTX-C 노선이 정차하고 고양 덕양은 A 노선, 남양주는 B 노선이 정차한다. 노선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수혜 기대감이 높아진 지역(안산 상록·안산 단원)들도 집값이 크게 뛰었다. 시장에서는 규제에 따른 풍선 효과도 작용했지만 특정 이슈로 묶인 지역들이 동시에 가격이 급등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장에선 수도권 서부지역과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GTX-D 사업 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공청회 등을 거쳐 제 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올해 상반기 중 확정할 예정인데, GTX-D노선이 계획에 포함될 지 여부가 시장의 최대 관심사다.
현재 D 노선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지자체가 나선 상태다. 이들 지자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유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 각 지자체들은 자체 연구용역을 통해 GTX-D 예상 노선을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국토부가 조정대상지역 지정 보도자료에서 GTX-D 노선 관련 김포 지역을 언급하기도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단 정부는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의 GTX-D 포함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검토를 거쳐 상반기 중으로 D 노선 신설 필요성 등을 밝힐 예정이다. GTX가 서민 집값을 올려놓고 있다는 점에서 D 노선이 예정대로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한편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GTX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 보는 시각 또한 많다. 서울과 수도권 외곽 간의 이동 시간을 기존보다는 줄일 수는 있겠지만 가격·시간 등이 예측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열차 이용비용도 제법 비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는 파주-삼성이 3,900원 수준이지만 개통 시에는 그보다 더 오를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진동영 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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