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이처럼 주목받던 때가 또 있을까. 전국민에 주식 열풍이 불고 국민연금까지 키를 돌려 코스피 투자를 늘릴 테세다. 상장사에만 투자하겠다 사모펀드(PEF)운용사도 나타났다. 이들 모두 수년간 시장을 눌러온 ‘코리아디스카운트’가 풀리고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최근 사모펀드 운용사를 차리고 상장기업 투자 전략을 설파하는 이창환(사진) 얼라인 파트너스 대표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10대에 한 방송사의 퀴즈영웅으로 유명해졌고, 20대에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에서 수조(兆)원 단위의 빅딜을 다뤘다. 이 대표는 그간의 구상과 경험을 살려 상장기업의 ‘돈맥경화’를 풀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나섰다.
그는 “경영권 매각의사가 있는 기업에 소수 주주로 진입한 뒤 가치를 올려 함께 매각하는 전략” 이라고 소개하며, “누군가는 이상적이라고 하겠지만 그간 경험과 시장 조사 결과 여러 건을 한 펀드로 투자하면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고등학생 때 어머니의 주식투자를 도우면서 투자와 경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당시 떠난 싱가포르 교환학생 시절 우연히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여름 인턴에 뽑혔고, 2012년 KKR이 서울사무소를 개설할 때 박정호 대표와 창립 멤버였다. 27세 젊은 나이었지만 유일한 실무인력이었던 그는 오비맥주 매각, 티몬 투자, LS그룹의 동박·박막 사업부 인수와 매각 등 KKR의 거의 모든 국내 기업 투자와 회수에 참여했다. 해외파가 많은 IB업계에서 순수 국내파이자 젊은 나이에 대기업을 상대해 본 경험은 그가 내세우는 가장 큰 자산이다.
그가 KKR을 박차고 나온 이유는 저평가된 상장기업 투자에서 더 큰 기회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KKR은 모든 사모펀드가 관심있는 비상장기업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경쟁 입찰에 뛰어드는 전략을 편다. 반면 그가 하려는 투자는 창업자가 상속세나 배당세 부담으로 회사를 넘기고 싶은 중견 상장기업이 대상이다.
이 대표는 “중견기업의 지분을 5~10% 가량 인수한 뒤, 2~5년 간 신사업을 붙이거나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인 뒤 대주주와 함께 높은 가치로 팔 수 있다”면서 “적대적인 경영권 인수가 아니라 자문부터 시작해 신뢰를 쌓은 뒤 기업을 성장시키고 인수 대상까지 찾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투자기업의 백기사가 될 수 있고, 인수합병 전문가로 실사나 투자자 섭외 등 매각 과정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투자지분을 10% 밑으로 설정한 것은 적은 투자금으로 여러 기업에 투자할 수 있을 뿐더러 시장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투자가 쉽지는 않다. 주가가 갑자기 오르거나 내릴 수 있고, 협력하기로 했던 기업의 대주주가 마음을 바꾸면 그만이다. 상장사의 주주들이 갑자기 등장한 사모펀드에 대거 반발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처음부터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 계획”이라면서 “건당 투자금을 줄이는 동시에 여러 기업에 분산투자가 가능해 투자 위험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1,000억 원 이내로 1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뒤 4~5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KKR에서 함께 일한 동료 일부와 일반 법인, 고액자산가 등이 펀드 출자에 공감했다. 특히 경영참여형 PEF와 헤지펀드 간 규제가 풀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9월 이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3,000선을 돌파한 코스피가 체질개선만 한다면 두 배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믿기 어려운 얘기인데 그의 논리는 이렇다 “코스피 200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자본순이익률(ROE)은 전세계 평균의 절반입니다. 기업의 자본이 쌓여 신진대사가 안된다는 뜻인데 기업 스스로 주가를 올리고 배당을 확대할 유인이 없어서예요.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부담이 크고 배당을 높여도 지배구조 때문에 대주주에 바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죠. 저희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좋은 인수대상을 발굴하면 막힌 투자길이 뚫리고 ROE가 올라갑니다. ROE만 올려도 코스피가 6,000까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임세원 강민제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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