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집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또 다시 집값이 떨어지는 사례를 제시했다. 홍 부총리는 앞서 지난해 9월 반포자이와 마포래미안 푸르지오의 일부 하락 거래를 정책 성공 사례로 제시했다가 친족간 거래로 드러나거나 설명과 달리 집값이 올라 부적절한 사례 제시였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정부 공인통계 상으로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신고가 실거래도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하락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인천 등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는 패닉 바잉이 계속 나오고 있는 등 혼조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홍 부총리는 26일 제18차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부동산시장에서도 가격 상승폭이 조금씩 줄어드는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매도매물이 증가하고 강남 등 선호 입지를 중심으로 전세가 하락세도 나타나는 등 긍정적 신호가 포착 중”이라며 “최근 언론매체에서 유사보도가 있었던 것 처럼 일부 지역에서는 사례에 따라 직전 거래에 비해 상당 폭 떨어지는 거래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료를 통해 근거로 서초구 A아파트(158㎡)의 25층 매물이 2월초 20억원에 거래됐던 것이 이달초 18억3,000만원(7층)에 거래된 점을 들었다. 아울러 용산구 B아파트(84㎡)가 12월 중 12억2,500만원(13층)에서 3월초 10억6,000원(14층)에 거래된 점도 사례로 내놨다.
다만 정부의 사례와 반대로 서초구와 용산구에서는 3월 들어 최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155㎡는 3월 9층 매물이 38억3,000만원으로 직전 최고가 거래 37억원(2020년 10월 22일)보다 1억3,000만원 오른 값에 팔리며 신고가 거래됐다.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60㎡도 이달들어 7층 매물이 기존 최고가 25억원(1월17일·18층)보다 1억오른 26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용산구 지역도 마찬가지다. 용산구 이촌동의 준공 23년차 한가람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2일 19억3,000만원 신고가 거래 히우 올 1월까지 18억~19억원대 거래가 이어지다 이달들어 17일 17층 매물이 20억원에 거래됐다. 첫 20억원대 거래다. 이촌동 빌라맨션 전용 174㎡는 2월 27일 13층 매물이 19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16일에는 2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통계상으로도 전국 아파트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아파트값 매매가격 상승률은 0.24%로 전주 (0.23%)보다 소폭 올랐다. 최근 계속 상승폭이 줄던 수도권도 전주 0.27%에서 0.29%로 상승폭이 0.02%포인트 확대됐다. 서울은 전주(0.06%)와 동일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 홍 부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6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8·4 공급대책 이후 1개월이 지난 현재, 나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서초구 반포자이, 송파구 리센츠,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노원구 불암현대 아파트 등 최근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 거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당시 각 단지별로 고가거래가 있었음에도 정부가 임의적으로 저가 거래만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홍 부총리의 하락 사례 발표 이후 오히려 반포자이와 마래푸, 노원구 불암 현대 등 대부분의 단지에서 가격이 뛰면서 정부의 시장 판단의 적절성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당시 홍 부총리가 하락했다고 제시한 마래푸와 반포자이의 거래사례는 자금 조달과 세금 문제 등을 고려한 친족간 특수거래 였다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다. 정부는 이같은 사후 논란과 불필요한 논쟁을 우려한 듯 이번에는 사례로 든 거래의 단지명을 표기하지 않았다.
/김흥록 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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