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약세를 보이던 회사채 시장도 진정되고 있습니다. 연초 가파르게 금리가 오르던 AA등급도 보합을 보이며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네요. 물론 대규모 매물이 출회되는 분기말을 앞두고 있는 한편 지표금리 불확실성도 아직 남아 있어 긴장감은 여전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기자금의 만기를 늘리거나 단기증권(CP·전단채)을 회사채로 차환 발행하려는 움직임이 많은데요. 오뚜기(007310)라면은 만기가 돌아온 기존 7개월물 CP 300억 원 어치를 1년물로 차환 발행했습니다. 금리는 여전히 1%대입니다.
오뚜기라면은 오뚜기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지난 2018년부터 은행 지급보증을 활용해 A1 신용도로 시장 자금 조달을 이어오고 있는 곳입니다. 신한은행은 신용등급을 받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에 지급보증을 제공해 시장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대출한도 등에 걸려 추가 여신이 어려운 기업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지요. 특히 최근 시장 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은행 대비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활용하려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오뚜기라면은 지난 2017년까지 설비 투자를 위해 대규모 차입을 늘려왔지만 지난해 매출 호조에 힘입어 부채비율을 두자릿수로 줄이는데 성공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착한 기업 갓뚜기'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대표 상품인 진라면이 매출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오뚜기라면의 매출액은 5,190억 원으로 전년 4,810억 원 대비 늘었습니다. 당기순이익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각각 195억 원, 549억 원 소폭 상승했네요. 반면 부채를 크게 줄이며 불과 3년 전까지만해도 마이너스(-)였던 잉여현금흐름이 2,000억 원을 넘겼습니다. 부채비율도 85.7%로 최근 5년래 처음으로 두자릿수까지 떨어졌습니다.
같은날 효성중공업(298040)과 롯데오토리스는 각각 100억 원, 300억 원 단기자금을 상환했습니다. CP 대신 장기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금리변동성에 취약한 단기차입금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주 700억 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3배가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했습니다. 롯데오토리스도 다음달 1일 500억 원 어치 3년물 회사채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지요. 둘 다 금리가 높은 저신용등급(A등급) 기업인만큼 캐리트레이드(금리 차에 따른 수익 실현) 매력에 따른 기관들의 투자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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