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주택 시장이 혼조세로 접어들고 있다. 3월 들어 ‘거래 절벽’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최고가보다 낮은 가격에 이뤄지는 매매 거래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매매 시장과 연계성이 높은 전셋값도 지난해와 비교할 때 진정되는 분위기다. 지방의 주택 시장 역시 지난해와는 다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쪽에서는 급등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보선을 앞두고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시흥·의왕·인천 등 일부 지역 및 저가 단지의 경우 가격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서울경제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선 현 상황에 대해 “급등장 이후 혼조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2분기에는 그 방향성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워낙 폭등한 가격 탓에 추격 매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과도기 진입’ 조심스러운 전망도=전문가들은 아직 올해가 1분기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 앞으로의 시장을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거래량 감소, 전세가 하락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과도기’ 진입을 앞두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현 상황을 ‘과도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진단했다. 고 원장은 “아직까지 시장의 향방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부동산 시장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후 시장이 횡보할지, 하락할지 혹은 급락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상승기가 마무리되면서 조정기에 접어들려는 전조 증상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오를 때는 서울, 특히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기 마련인데 이 시장이 잠잠해지고 외곽 등 일부 지역만 움직인다는 것은 전체적인 시장 에너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흥·안산 등 경기 외곽 및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지적인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박원갑 KB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순환매 장세 성격이 강하다”며 “경기와 인천의 집값 상승은 GTX 기대감과 더불어 서울 집값이 비싸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탈(脫)서울 내 집 마련 수요’가 겹친 데 기인한다. 서울과의 ‘갭 메우기’로 인한 국지적인 오름세”라고 설명했다.
◇추격 매수보단 시장 흐름 봐야=조정기가 온다는 예단은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공존하는 ‘눈치 보기 장세’”라며 현 상황을 가지고 시장을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전세난과 공급 대책의 불투명성,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기대감 등 상승 요소와 추가 규제 가능성, 세 부담 증가, 거시경제 불안 등 하락 요소가 혼재해 당분간은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시장 변동성이 큰 만큼 무주택자의 경우 성급하게 추격 매수에 뛰어들기보다는 시장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 교수는 “오랜 기간 보유할 사람은 매수해도 되지만 가격 변동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기다리는 것이 낫다”며 “가격이 안정화될 때 매수를 고민해도 된다”고 말했다. 고 원장도 “장기간 보유하겠다는 실거주는 매수해도 되지만 최근과 같은 가격 급등을 기대하고 매수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한편 전세난에 대해서는 안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단기적으로는 안정되는 분위기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입주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만큼 안정되기가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심 교수도 “지난해 임대차법 이후 전세가가 폭등한 이후 눈치 보기가 심화된 것뿐이지 전세난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며 “3기 신도시 청약 대기 수요가 늘어나면 전세 시장은 더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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