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몰라도 이건 챙겨! 주식 이슈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들려드리는 ‘주식 뉴스 요점 정리’ 주식요정입니다.
이번 시간은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017670) 얘기입니다. 요즘 뉴스에서 ‘탈통신’ 이런 말 한번쯤 들어보셨죠. SK텔레콤, KT, LG U+ 등 국내 이동통신 3사 대표이사들이 틈만 나면 언급하는 단어인데요. 그중 요새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이 바로 SK텔레콤이에요. 아예 회사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죠. 예를 들면 SK텔레콤에서 ‘텔레콤’을 뚝! 떼어내는 거예요. 그 자리를 ‘하이퍼커넥터’나 ‘테크놀러지’가 대신하고요.
국내 이동통신사 가입자는 일찌감치 인구수보다 많은 7,000만명을 넘어서서 완전포화 상태에 들어섰습니다. 통신사가 열심히 통신망 깔아놨더니 돈은 네이버, 유튜브, 넷플릭스가 벌어가고 있어요. 한때 코스피 시총 상위 1, 2위를 다퉜던 이동통신사였는데 지금은 이통 3사 다 합친 시총 규모가 32조원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이동통신 업계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SK텔레콤은 왜 지금 회사 이름을 바꾸려고 하는 걸까요?
주식 뉴스 요점 정리, 주식요정이 친절히 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동통신 업계,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한국 이동통신의 역사는 3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무전기랑 동일한 방식의 아날로그 이동 전화기가 세상에 먼저 등장했는데 그 이름하야 ‘카폰’. 부피가 커서 자동차에 주로 설치됐기 때문인데요. 주 사업자는 한국이동통신서비스였습니다. 본격 상용화에 들어간 게 1984년, 그 즈음 카폰 가입자 수가 2,800명 정도 됐었죠. 당시 서울 부유층이 그 정도 됐나봐요.
세월이 흘러 1992년, 노태우 정부에서는 제2이동통신 사업자를 찾게 됩니다. 통신업계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서였는데요, 이때 사업권을 따낸 곳이 바로 SK의 전신 ‘선경’입니다. 하지만 일주일만에 사업권을 자진 반납하게 되죠. 당시 현직 노태우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 씨가 바로 현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이어서 뒷말이 좀 나왔거든요. 논란이 되니까 “차기 정부 때 다시 실력으로 승부하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하며 과감히 사업권을 포기해 깜짝 놀라게 했죠.
당시 선경 측의 입장을 보면 좀 억울해보이기도 해요. 고 최종현 회장이 이미 1980년대부터 “미래 먹거리는 정보통신기업!”이라고 외치며 미국 사무실에 텔레커뮤니케이션팀도 만들고 미국 기술벤처(US셀룰러)에 직원을 보내 이동통신 관련 실무를 월급도 안 받고 배우러 다니고 그랬거든요.
아무튼 김영삼 정부에 와서 제2이동통신사 사업권 경쟁에 다시 한 번 불이 붙게 되는데, 이때는 한국이동통신 민영화도 동시에 추진됐어요. 당시 상장회사였던 한국이동통신은 민영화 소식에 주가가 8만원에서 30만원 대까지 급등해요. 선경이 이 비싼 주식을 더 웃돈을 주고 엄청난 거금을 들여 사들이게 됩니다. 총 4,271억원 정도 썼는데, 당시 시세로 목동 아파트 2,500세대를 통으로 살 수 있는 규모였다고 해요.
우여곡절 끝에 한국이동통신은 선경, 즉 SK그룹이 인수했고 이게 현 SK텔레콤이 됩니다. 제2이동통신 사업권은 신세기통신이 가져갔죠. 나중에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그리고 LG텔레콤 등 PCS(개인휴대통신) 사업자까지 더해져 이동통신 5개사의 뜨거운 전투가 시작됐습니다. IT붐이 일던 1999년말에는 시가총액 1, 3, 5위에 나란히 한국통신, SK텔레콤, (LG)데이콤의 이름이 오르며 통신회사의 황금기를 누리기도 했죠.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존재할 수 없는 법! 2000년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경쟁이 격해지면서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게 돼요. 업계 1위 SK텔레콤과 3위 신세기통신의 합병, 업계 2위 한국통신프리텔과 5위 한솔PCS의 합병이 이뤄져 비로소 오늘날의 이동통신 삼국지가 완성된 거죠. 특히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은 크게 주목받았어요. 거대 통신사의 합병으로 시장 점유율 50%에 육박하며 가입자 기준(당시 1,500만 명) 세계 10위권의 글로벌 통신사가 탄생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이동통신 3사 다 합친 시총이 32조원 가량, 시총 상위 10위 기업 한 곳의 가치보다도 적어요. 대체 이동통신사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요?
SK텔레콤은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즉 2G 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 상용화를 이끌어내며 한국 IT기업의 위상을 떨쳤습니다. 이후 CDMA가 세계 표준이 됐죠. 인터넷과 데이터 통신인 3G 경쟁에서도 세계 최고 속도를 자랑했어요. 2010년 5월, SK텔레콤의 가입자는 마침내 국민 절반인 2,500만 명을 넘어서게 됩니다. 그렇게 열심히 통신망을 깔았는데…!
점점 전화, 메시지 등 이동통신이라는 전통 개념이 모호해지기 시작한 거예요. 대신 인터넷과 음악 감상 등 콘텐츠 소비 시장이 확 커졌죠. 게다가 스마트폰 등장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애플이냐, 삼성이냐 뿐. 통신시장의 주도권이 스마트폰 제조사로 넘어가게 된 거죠.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요약할 수 있는 LTE 시대 들어서는 구글 유튜브와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 기업으로 주도권이 다시 한 번 크게 넘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SK텔레콤은 ‘텔레콤’ 빼고 뭐 한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이 대표적으로 플랫폼과 게임 업계죠. 1년 전의 주가 상황과 비교해볼까요. 네이버와 카카오는 주가가 15만원에서 40만원선으로 훌쩍 뛰었고, 카카오 역시 15만원에서 50만원을 터치하고 있죠. 게임주도 큰 폭으로 올랐어요. 엔씨소프트는 1년새 58만원에서 100만원을 찍었고 펄어비스도 16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랐어요. 언택트 산업의 대표격인 쿠팡은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시총 100조원’을 터치했고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처럼 핀테크 산업 또한 그 성장세가 폭발적이에요.
그러나 이동통신사는? 이 비대면 서비스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통신사의 통신 인프라잖아요. 통신사들은 매년 8~10조 원 규모의 망 투자 유지비를 끊임없이 지출하고 또 이번에 5G까지 쉴 틈 없이 돈을 쏟아 붓는데도 사람들은 “안 터진다”며 고발까지 간 상황.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연 50% 수준으로 꾸준히 늘어나기만 하고, 수익은 안 나고. 망 투자는 투자대로 하면서도 돈이 흐르는 비통신 사업에 집중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거인 거죠.
사실 SK텔레콤은 일찌감치 ‘탈통신’에 대비해왔어요. SK텔레콤은 2008년 온라인 마켓에 진출해 11번가를 국내 이커머스 4위 업체로 키워냈고, 2012년에는 하이닉스를 인수해 굴지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2018년에는 보안업체 ADT캡스를 인수해 물리보안 사업에도 뛰어들었고 2019년 지상파 3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푹(Pooq)을 인수해 웨이브로 재편, 2020년 1위 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를 인수하는 등 미디어 사업도 공격적으로 확장 중입니다. 올해 4월에는 ‘T맵’이 세계 최대 모빌리티 기업 ‘우버’와 만든 조인트벤처 ‘우티(UT)’를 출범할 예정입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비통신 매출 비중이 올해 37%까지 올라온 상태라고 합니다.
통신을 넘어서 커머스와 미디어, 보안과 모빌리티까지 든든한 5대 사업부를 구축한 SK텔레콤. 이른바 AI에 기반한 ICT 패밀리의 상품과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곘다는 건데요. 박정호 대표이사는 지난 25일 개최된 2021년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강조했죠. “주주분들의 상상보다 훨씬 더 강한 AI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다, SK텔레콤은 명실상부한 AI컴퍼니로 전환할 것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원스토어를 시작으로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 주력 자회사들의 상장을 잇따라 추진할 방침입니다. 더불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 등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논의 중이라고 하죠. 모든 것이 연결되는 5G 시대, 통신을 넘어서 ‘AI 컴퍼니’, ‘Big Tech’ 기업으로 변신 중이라는 SK텔레콤의 미래. 우리 삶을 또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까요? (영상을 통해 더 재미있게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강신우 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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