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가 첫 ESG채권 발행에 나선다. 지난해 17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복귀한 이후 1년여만에 시장 자금 조달을 재개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출 등 수요가 늘어난 데다가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 발행 환경이 우호적으로 돌아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다음달 500억 원 규모 ESG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BC카드는 이제까지 시장 자금 조달을 최소한으로 해왔다. 다른 전업계 카드사들과 달리 은행 등 회원사와 가맹점에 결제망을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결제대금을 가맹점에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닌 만큼 대규모 운영자금 조달이 필요하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코로나 19여파가 길어지면서 가맹점주 대출 등 수요가 늘어난 데다가 여전채 발행 환경이 우호적으로 돌아서면서 추가 자금 조달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추후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선제적으로 현금을 비축해놓으려는 목적도 있다.
다행히 작년 발행 이력이 있어 올해부턴 일괄신고제를 통해 별도 수요예측 절차 없이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전사(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대개 일괄신고제도를 이용해 채권을 발행한다. 일반 회사채와 달리 기관 수요예측 없이 발행물량을 주관사(증권사)가 전량 인수해 판매하는 구조로 금리가 인상되는 시기에는 매도 물량이 늘어나 회사채 대비 변동성이 큰 물건이다. 특히 기업 한 곳 당 발행 규모가 크고 횟수도 잦은 만큼 스프레드 확대 폭이 크다.
이달 초 국고채 금리가 들썩이면서 증권사들이 떠안은 여전채 물량이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 한도가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여전채 발행량을 줄이는 등으로 대응했다"며 "3월 말 들어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아직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여전채 발행 환경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사업보고서 제출 시즌이 지나고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시기인만큼 여전채의 가격 메리트가 더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실제로 최근 동일 등급 회사채와 여전채 금리는 약 18bp(1bp=0.01%포인트) 가량 벌어지며 온도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연초 크게 오른 회사채 대비 아직 가격이 낮은 여전채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올해 카드사들이 발행한 ESG채권 잔액은 벌써 1조 원을 돌파했다. 신한카드와 현대카드, KB국민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이 올해 ESG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가맹점 금융지원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녹색채권 발행을 통한 친환경차 할부 등 수요도 이어져 발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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