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공급 증가 등으로 건설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건설현장은 비상이 걸렸다. 시멘트 물량이 부족해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공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건설업계는 시멘트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30일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업계의 총 저장능력은 총 201만톤이지만 최근 재고가 50만톤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저장능력 대비 약 24%에 그치고 있는 수준으로 일부 업체는 저장능력이 10%까지 내려가 있는 실정이다.
시멘트가 부족하다 보니 국내 주요 시멘트 업체인 쌍용C&E·삼표시멘트·성신양회·한라시멘트·한일시멘트·한일현대시멘트·아세아시멘트 등에는 연일 시멘트를 구하기 위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같이 시멘트 부족 현상이 일어나게 된 주요 원인은 지난 겨울철 평균적으로 날씨가 따뜻해 건설현장이 비수기를 건너뛰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지연됐던 공사가 시작되면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또 건설 비수기인 겨울철에는 시멘트 공장의 장비를 보수해야 하지만 지난 겨울 시멘트가 수요가 많아 장비 보수가 늦어진 것도 시멘트 부족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건설 현장이 움직이지 않는 겨울철과 장마철은 시멘트 업계의 비수기인데 지난 겨울에는 기온 상승으로 공사현장이 가동돼 시멘트 수요가 있었고 또 코로나19로 지연됐던 공사들이 최근 시작됐다”며 “이에 비수기 없이 시멘트 수요가 계속되다 보니 재고량이 부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멘트 공장의 장비는 주기적으로 보수를 해줘야 하는데 겨울철 장비를 가동해 보수시기가 늦춰졌다”며 “겨울철이 지난 요즘 장비를 보수하다 보니 공장의 모든 라인이 돌아가지 않아 시멘트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 관련 업계에서는 시멘트 부족으로 물량확보를 위한 경쟁이 뜨겁다. 특히 물량확보 능력이 대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중소 건설업체는 시멘트를 못 구해 공사가 지연될 경우 타격이 매우 커 시멘트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중견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요즘 회사 임원들이 시멘트를 구하기 위해 시멘트 회사나 공장 인근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대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1990년대 중반 신도시 건설 붐으로 시멘트 파동이 일었을 때도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데 시멘트 부족이 이어질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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