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선임됐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과는 행시 동기(32회)로 기재부 출신이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으로 호흡을 맞춘 것은 참여정부 말인 지난 2006~2007년 변양균(기획예산처) 정책실장과 윤대희(재정경제부) 경제수석 이후 14년 만이다. 관료를 홀대하고 돌려 막기 인사를 했던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이 정권 막바지에서야 관료에게 기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안 경제수석과 함께 기재부 1차관에 이억원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 2차관에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을 임명했다.
가장 주목되는 인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된 경제수석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밑어붙였던 초대 홍장표 부경대 교수를 제외하고는 윤종원 전 수석과 이호승 실장 등 통상 기재부 1차관 라인에서 올라갔는데 이번에는 예산통이 선임됐다.
우선 전셋값 인상 논란을 빚은 김상조 전 정책실장 경질 후 경제 라인을 신속하게 재정비해 부동산 투기 사태 등으로 어수선해진 관가 분위기를 쇄신하고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직 관료인 안 차관은 검증 문제에서 큰 부담이 없다. 장하성·김수현·김상조 등 교수 출신의 전임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수석이 모두 소주성과 부동산 이슈로 불명예 퇴진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비관료 출신 인사가 번번이 실패를 계속하고 있다.
침착하고 ‘돌부처’ 같은 성격의 안 수석은 한국판 뉴딜, 재난지원금 등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고 위기에 강한 예산 전문가다. 매크로에 강점이 있는 이 정책실장과 손발을 맞추기에 적임자로 꼽힌다. 이 실장은 호남(광주) 출신이고 안 수석은 영남(마산)이어서 지역 분배도 고르다. 다만 과제는 거대 여당의 정책 주도권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당정청 협의 과정에서 얼마나 합리적인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느냐다.
이억원 신임 기재부 1차관은 ‘근면성실의 아이콘’이자 ‘워커홀릭’으로 불린다. 안도걸 신임 기재부 2차관은 예산 분야 보직을 두루 거친 예산 전문가로 12년 만의 호남 출신 차관에 올랐다. 기재부는 임재현 전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으로 영전한 데 이어 단번에 인사 적체를 해소하며 전성시대를 맞게 됐다.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에는 이형일 기재부 차관보가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또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에 김인걸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서울대 박물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고전번역원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경제 분야 정무직 인사는 대내외로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정부 후반기 당면 현안과 경제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새로운 도약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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