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상 첫 기술 수출 10조 원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 수출 규모가 올 1분기에 벌써 4조 원을 돌파했다. GC녹십자랩셀(144510)·대웅제약(069620) 등 전통 제약사가 앞에서 끌고 제넥신(095700)·알테오젠(196170) 등 바이오 벤처가 뒤에서 밀면서 일궈낸 성과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의 기술력이 이미 인정을 받은데다 성공 사례를 경험했거나 지켜 본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앞 다퉈 기술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올해 기술 수출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31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맺은 기술 수출 계약은 총 6건으로 총 계약 금액은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나이벡(138610)의 계약금을 빼고도 4조3,366억원에 달한다. 금액 기준으로 2020년(10조1,488억원)의 42.7%, 2019년(8조 5,165억원)의 절반 이상인 50.9%의 실적을 1분기에 이미 달성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한 해에만 6개 제약사에 8개 기술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이후 본격화하기 시작한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한양행(000100)의 자회사인 이뮨온시아가 이날 중국 3D메디슨과 5,400억 원 규모의 항암 신약 후보물질 ‘IMC-002’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뮨온시아는 유한양행과 미국의 소렌토 테라퓨틱스가 합작해 2016년 설립한 면역항암제 전문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합작사 설립을 통한 기술 개발이라는 확장된 형태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도 앞으로 나타날 오픈 이노베이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 관계자는 “2015년 이후 제약사들은 바이오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며 “앞으로 투자에 대한 결실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기술 수출은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1분기 바이오 관련 업계의 기술 수출 중 GC녹십자랩셀과 대웅제약 등 제약사 2곳이 달성한 금액만 2조4,700억 원에 달한다. 아울러 제넥신·알테오젠 등 바이오 벤처 2곳도 1조3,266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여기에 이뮨온시아의 기술 수출 계약 금액까지 더하면 바이오 벤처의 기술 수출 실적은 총 1조8,666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술 수출 방법을 몰랐던 업체들이 그 방법을 알게 됐다는 점, 자신감을 얻어 기술을 글로벌 시장에 적극 홍보하고 있다는 점, 다국적 제약사의 니즈가 커졌다는 점 등 세 가지 요인이 맞물려 기술 수출이 크게 늘었다”며 “기술 수출은 이제는 당연한 하나의 프로세스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