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미래 자동차 시대를 맞아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의 도구이자 상징인 ‘플랫폼’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 확장성과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또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 차질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품 개발에 나서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현대모비스는 31일 경기도 용인 기술연구소에서 연 ‘전략 및 신기술 발표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 ‘트랜스포메이션 X-Y-Z’를 소개했다. X는 확장을 의미한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분야 핵심 기술 역량을 강화해 해외 완성차업체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기술 유망 기업과의 협업도 확대한다.
현대모비스는 이같은 핵심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 모델 혁신(Y)을 추진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이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도심 공유형 모빌리티 콘셉트카인 ‘엠비전 X(M.Vision X)’와 ‘엠비전 POP(M.Vision POP)’도 공개했다.
고봉철 ADAS 섹터장(상무)은 “2023년 말에서 2024년쯤이면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사인 모셔널이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며 “현대차와 공동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주행보조 기술 HDP는 내년 정도면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최소 10년 이후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자동차 사업 외 분야에서 장기 신성장 사업 발굴(Z)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대모비스는 미래 성장 전략의 핵심 동력인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직접 투자도 현재 1조원 수준에서 2025년에는 1조7,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정수경 현대모비스 기획부문장(부사장)은 “현재 그룹 차원에서 UAM 사업 분야의 협력을 모색 중이며 진출 가능한 분야와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동화 추진체, 항공 전장 등의 분야에서 현대모비스의 사업 역량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모비스는 최근 불거진 부품 품귀 현상이 제조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번지자 제품 설계 변경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고 상무는 “글로벌 플랫폼화(범용)된 반도체의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는 걸 고려해서 대체품 개발·적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범용 반도체들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쓰이는 130나노 공정 제품들이다. 고 상무는 “가격이 더 비싼 55나노, 18나노 공정 반도체를 활용해서 수급난을 해소할 것”이라며 “직접 반도체 회사에 찾아가서 물량을 확보하려 한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에 들어가는 구동 모터 생산에 차질에 대해선 “설비 안정화가 늦어지면서 초기 양산 목표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설비 업체와 엔지니어 등이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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