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도로·교량·철도에 대한 투자와 첨단 산업 육성에 2조 2,500억 달러(약 2,540조 원)를 쏟아붓는다. 재원은 법인세를 28%로 올려 마련할 방침이지만 공화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3월 31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1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일자리 투자다.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중국과의 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나온 계획은 크게 △다리·도로 등 인프라 투자 6,210억 달러 △주택 개량 등 홈 인프라 6,500억 달러 △돌봄 경제 4,000억 달러 △연구개발(R&D), 제조업 지원 5,800억 달러 등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10개의 교량과 1만 개의 다리를 포함한 도로 개선 작업에 1,150억 달러를 투입한다. 철도인 암트랙에는 800억 달러를 투자한다. 오는 2030년까지 50만 개의 충전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비롯해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를 위해 주 정부와 지방정부에 1,740억 달러를 지원한다. 5만 대의 경유 차량과 미국 전역의 스쿨버스 가운데 최소 20%를 전기차로 교체한다.
또 교외 지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의 35% 이상을 대상으로 초고속 인터넷망을 보급하고 깨끗한 식수 보급에 1,1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중국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R&D에 1,800억 달러,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에 350억 달러를 지출한다.
바이든 정부는 4월에 교육 분야를 중심으로 2차 인프라 계획을 내놓는다. 이를 더하면 총 투자 규모가 최대 4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정부 지출→일자리 창출→소득 증가→경제 성장’을 노리는 셈이다.
재원은 법인세 인상과 기업 혜택 축소로 마련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최고 세율 35%는 너무 높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이를 21%로 낮췄는데 우리는 28%로 할 것”이라며 “28%에 대해서는 아무도 불만이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13% 수준인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21%로 일괄적으로 맞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은 철폐하기로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독립기념일인 오는 7월 4일까지 관련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이 증세와 정부 부채 증가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인프라 투자 계획이 비용 등에서 논란에 직면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법인세 인상으로 2조 달러가 넘는 재원을 마련하려면 2036년까지 15년이나 걸린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공화당과 협조해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부양책 때처럼 예산조정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 흘러나온다. 예산조정권을 쓰면 전체 상원 의석 100석 중 60표의 동의가 아니라 절반만 넘어도 지출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 대 50이지만 캐스팅보트(부통령)를 포함하면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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