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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IT인프라 탄탄 최적의 환경"…구글-우버 '모빌리티 맞짱'

['글로벌 테크기업' 격전장 된 한국]

우버, SKT 손잡고 UT 공식 출범

구글은 카카오T에 전략투자 맞불

스마트폰 보급률·높은 인구밀도

모빌리티 최상 조건에 진출 러시

빔 등 전동킥보드도 韓서 대격돌





카카오와 구글이 연합 전선을 구성해 우버·SK텔레콤과 국내 가맹 택시 모빌리티 시장에서 맞붙는다.

한국 모빌리티 시장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리전을 치르는 격전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SK텔레콤·카카오모빌리티 등과 손잡고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은 국내 정보기술(IT) 인프라가 탄탄하고 인구밀도가 높아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테스트베드’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1일 우버와 티맵모빌리티는 합작 법인 ‘우티(UT)’가 공식 출범한다고 밝혔다. 합작사 대표는 톰 화이트 우버 한국 총괄이 맡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K 출신인 오명훈 총괄이다. 우버는 지난해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국내 가맹 택시 진출을 선언했으며 이날 출범했다. 가맹 택시는 ‘우버 택시’ 브랜드로 운영하고, 티맵모빌리티는 내비게이션 ‘T맵’과 ‘T맵 택시’ 애플리케이션 등을 제공한다. 양사 관계자는 “합작사 출범에 이어 올해 중순 우버와 T맵 택시를 통합해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우버와 SK텔레콤이 합작사 UT 출범을 알린 이날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로부터 565억 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UT 출범에 맞춰 맞불을 놓은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구글은 사용자경험(UX) 강화와 신규 비즈니스 발굴을 우선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관련 협력, 구글 서비스와 카카오모빌리티 플랫폼 간 시너지 방안 모색, 운영체제(OS) 관련 협력에도 나선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단순 투자와 일회성 협력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려는 파트너십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맹 택시 시장에 구글과 우버라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발을 담그며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카카오모빌리티와 UT는 기술은 물론 자금에서도 국경을 무너뜨리고 있다. UT는 우버·SK텔레콤이 투자한 1,700억 원에 더해 최근 국내외 사모펀드를 통해 5,000억 원을 추가 확보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2017년 TPG로부터 5,000억 원가량을 투자 받은 데 이어 최근 칼라일로부터 2,200억 원을 추가 투자 받았다. 여기에 구글 투자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전동 킥보드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2019년 라임과 빔모빌리티가 한국 시장에 상륙했고, 올 3월에는 뉴런모빌리티가 서비스를 출시했다. 차량과 전동 킥보드 등 새로운 모빌리티 시장에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의 탄탄한 IT 인프라와 수도권의 높은 인구밀도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100%에 가깝고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하는 등 통신 인프라가 선진적이다. 아울러 인구와 자본의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보니 밀도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험하기 적합한 국가로 꼽힌다. 모빌리티 시장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국내 모빌리티 시장 규모가 오는 2023년 2조 8,6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수도권에만 진출해도 2,000만 명이라는 배후 인구를 노릴 수 있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인 만큼 구매력도 크다”며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소규모 투자로 빅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라고 설명했다.

현재 카카오T는 1만 6,000대, UT는 1,000대가량의 가맹 택시를 보유 중이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카카오T가 압도적이다. 하지만 UT는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모빌리티 경험을 축적한 우버가 힘을 합친 만큼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 특히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T맵’은 국내 내비게이션 앱 시장의 55%를 장악하고 있다. 모빌리티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인 ‘자율주행’ 기반에서 카카오보다 SK텔레콤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율주행을 위한 관제 시스템에는 초고속·초저지연 무선통신 기술이 필수”라며 “내비게이션을 통해 연구한 최적의 운행 루트를 택시 사업에 적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SK텔레콤이 보유한 데이터들도 접목되면 강력한 서비스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가맹 택시 시장의 1위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가 구글과 손잡으며 이제 막 시장에 뛰어든 UT를 강하게 견제하는 것도 UT의 급성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 투자 유치에 앞서 택시 기사를 상대로 한 월 9만 9,000원의 ‘프로 멤버십’ 모집을 재개했다. 목적지의 콜을 잡아주고, 인근 콜 수요를 지도로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구독 모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T가 택시 기사들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자리잡은 만큼 구독 모델을 앞세워 기사들의 UT 합류를 견제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특히 구글과의 협력이 단순 투자를 넘어선 제휴라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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