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최대 규모 골프장인 ‘스카이72’ 운영권을 둘러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스카이72의 분쟁이 결국 물리적 행동으로 비화됐다. 인천공항공사는 1일 골프장 단수와 업체 대표에 대한 형사 고소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향후 전기·상수도 공급 중단은 물론 도로 폐쇄까지 예고했다. 이에 대해 스카이72 측이 물러나지 않고 ‘강 대 강’으로 끝까지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결국 영업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스카이72 골프장에 대해 오전 5시부로 중수도 공급을 중단했다. 하지만 사전 예약을 받은 방문객이 사용하는 상수도는 공급돼 골프장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스카이72 잔디에 공급되는 중수는 하루에 100톤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오전 9시 10분 스카이72 골프장 진입로에서 “계약 기간이 종료된 사업자가 막무가내식으로 공공 자산을 무단 점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것은 공공 기관의 장으로서 올바른 도리가 아니다”라며 “스카이72가 점유하고 있는 토지는 인천공항의 자산이자 국민의 재산으로 공공의 이익이 사적 이익을 위해 침해되는 상황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면서 공정한 업무 집행을 방해하는 스카이72 김영재 대표에 대해 업무방해죄 등으로 인천지방경찰청에 형사 고소했다”며 “인천 소재 기업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인천시 담당 과장을 직무유기죄로 인천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중수도 중단에 나선 인천공항공사는 향후 상수도 및 전기·통신 중단, 도로 폐쇄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스카이72 측은 “현재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부동산 인도 소송, 협의 의무 확인의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스카이72를 중단시킬 권리가 없다”고 맞섰다.
문제는 양측이 한 발도 양보하지 않는 치킨 게임을 벌이면서 애꿎은 골프장 이용객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다. 양측 모두 법적 대응을 최후의 보루로 내세운 상황에서 극적인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시기의 문제일 뿐 영업 중단은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스카이72 관계자는 “아직까지 골프장 예약을 취소하는 분들은 없다”면서도 “인천공항 측에서 도로 폐쇄까지 단행할 경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끝까지 가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영업 중단으로 골프장 이용객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결국 스카이72 측에서 법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천공항공사와 스카이72는 2005년 2월 인천공항 제5활주로 예정 부지를 포함한 364만㎡의 땅을 임대·임차하는 내용의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스카이72가 부지에 골프장 시설을 조성하고 제5활주로 착공 공사 시작 전인 2020년 연말까지 15년간 사용한 뒤 소유권을 공사에 인계하거나 철거하기로 하되 지상물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계약 당시 2021년 착공 예정이던 제5활주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갈등의 불씨가 됐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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