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주식에 꽂히면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여의도를 벗어나 유튜브·방송가를 종횡무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반인들과의 접점이 넓어지면서 개인투자자도 자신의 최애(最愛) 애널리스트 한두 명쯤은 말할 수 있을 만큼 존재감이 커졌다. 난해한 기술과 산업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 설명해주고 남다른 인사이트로 투자 아이디어도 제공하는 ‘동학 개미’ 운동 성공의 숨은 공신들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한 증권사의 A 리서치센터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애널리스트가 ‘연반인(연예인과 일반인의 합성어)’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려 잦은 외부 활동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최근 리서치센터 내 방송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본 책무인 ‘분석’이 소홀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연구에 품을 들여야 할 시간을 빼앗겨 결과물이 부실해질 수 있고 애널리스트가 개인 브랜드 강화에 신경 쓰면서 리서치센터의 기능이 와해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자료(raw data)를 만지지 않는 분석가가 ‘애널리스트’라는 명함을 내밀어서는 안 되며 외부 일정에 시간을 빼앗기면 ‘분석자’가 아닌 ‘해석자’가 되기 마련”이라며 “뱉어놓은 말들이 많아져 생각이 변해도 발언을 바꾸기 어렵게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애널리스트가 활동 반경을 넓힌 동기는 다양하다. 대다수의 언론 출연은 페이 등 별다른 보상이 없기 때문에 많은 경우 자신의 지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려는 의도가 크다. 또한 증권사마다 고용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곳도 있어 애널리스트에게 자기 브랜드 강화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 아울러 최근 리테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이 인지도 제고와 자사 유튜브 채널 홍보를 위해 출연을 권고하는 경우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A 센터장은 본업과 방송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개인투자자의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애널리스트의 지혜를 전달하는 것에 태클을 거는 것이 아니다”라며 “분석한 것 중 의미 있는 결과를 얻으면 방송에 나와 이를 알릴 수 있겠지만 최근에는 방송을 위해 분석하는 선후가 뒤바뀐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면 분석물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기에 방송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더는 과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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