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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경총 부회장 "편파적 親勞정책에 투자의욕 꺾여…시대 뒤처진 노조법 고쳐야"

[서경이 만난 사람]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대담=서정명 산업부장 vicsjm@sedaily.com

노사관계 지수 141개국 중 130위…기울어진 운동장 탓 갈등·대립 격화

'공정' 외치는 MZ세대 목소리 반영, 임금체계 직무·성과 중심 개편 노력

경영자 처벌 위주 중대재해법 법률 보완·반기업정서 해소에도 힘쓸 것





“힘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우리나라 경영 환경은 노동계 쪽에 힘이 너무 쏠려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거기에다 반기업 정서도 너무 강합니다. 이런 정서에 편승해 정치권은 기업 규제 법안을 마구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작심한 듯 “현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과 경영자를 범죄자 대하듯 몰아붙인다”고 토로했다. 기업과 근로자는 경제를 이끌어가는 두 수레바퀴인데 한쪽에 힘이 너무 쏠린 나머지 마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한자리에서 빙빙 돌며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경총 회관에서 신임 상근부회장으로 취임한 이 부회장을 만나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를 진단하고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이 부회장은 “노사 간 균형은 노사 관계의 안정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요건이지만 우리나라는 ‘친(親)노동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노사 간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경제포럼이 평가한 우리 노사 관계는 141개국 가운데 130등이다.

“‘노동자=약자’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조합원 중 87%가 넘는 조합원이 300인 이상 대규모 노조에 속해 있으며 대기업·공기업 노조가 노동조합 활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기득권자인 대기업과 공기업 근로자를 대변할 뿐 진정한 약자인 중소기업 근로자와 청년 실업자를 대변해주지 못합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 등으로 노동계로의 힘 쏠림 현상은 더 심화됐다며 올해는 이에 대한 보완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 형사처벌 제도, 파업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등 사용자의 대항권을 보완할 수 있는 수정 입법이 절실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이 4차 산업혁명의 급진전으로 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구조, 노동 형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온라인 판매 등 비대면 산업과 재택근무가 확산하는 등 우리 사회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근로 형태와 근로시간의 유연화도 시급합니다. 현재의 노동관계법은 대규모 공장 근로자의 근무 형태를 전제로 만들어져 이런 시대 변화에 맞지 않습니다. 새로운 근로 형태에 맞는 유연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신산업을 육성하고, 고용도 창출될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은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공정’이라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서도 노동관계법과 근로 형태, 임금구조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한 만큼 보상을 달라”는 젊은 세대들의 요구는 10%에 가까운 임금 인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정부가 억지로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아도 ‘공정한 보상’을 외치는 젊은 핵심 인재를 붙들기 위해 기업들이 과감하게 임금 인상에 나선 것이다. 이 부회장은 노동관계법 보완에 더해 연공급 임금 체계의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근무 연수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연공급 체계로는 젊은 세대들의 ‘공정’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논리다.

“이른바 MZ세대(1980년 초~2000년 초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젊은 세대들의 성과급에 대한 불만을 단순히 돈을 더 달라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그 기저에는 자신이 기여한 만큼 적정하게 보상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위 고하나 나이가 아닌 회사에 기여한 만큼 보상을 달라는 것이 이들의 진정한 요구입니다.”

최근 SK하이닉스와 현대차그룹 직원들이 “성과급 지급 기준을 투명하게 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면에는 많이 기여한 사람에게는 많은 보수를, 적게 기여한 사람에게는 적은 보수를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그들의 가치관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MZ세대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해법으로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 체계’를 제시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 선진국은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심지어 우리와 유사한 연공형 임금 체계를 가지고 있던 일본도 이미 오래전부터 직무와 성과를 반영하는 임금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도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 개편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해 좌초한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앞으로는 임금 체계에 대한 개혁을 더 미루면 젊은 세대의 공정에 대한 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기업 경쟁력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고 덧붙엿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법률의 보완 입법과 사법 리스크 해소도 올해 최대 현안으로 꼽았다. 특히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는 “기업인들에게는 공포의 법으로 불린다”며 “국회에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기업들의 가장 큰 걱정은 내년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법입니다. 경총 회원사들 사이에서는 내년 경영의 최대 걸림돌로 중대재해법을 꼽을 정도예요.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제조업·건설업 비중이 높아 관광·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의 국가에 비해 재해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재해를 줄이는 노력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기업 경영자에 하한형의 형벌(1년 이상 징역)을 적용하는 게 합당한지 의문입니다. 사고를 줄이자는 게 목표가 돼야지 경영자를 형사처벌하는 게 목표가 돼서는 안 됩니다. 그럼 누가 경영을 맡아 하려고 하겠습니까. 더구나 중대재해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라 건설사 등 중소기업이 될 겁니다.”

경총은 올해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이 좋아지면 정치권도 함부로 기업 규제 정책을 밀어붙이기 힘들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세계 10위권 경제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정경 유착 같은 기업의 어두운 면도 있었지만 따져보면 우리 경제에 기업이 기여한 바가 더 크다”며 “기업들도 잘못은 반성할 테니 기업을 보는 시각을 국민들과 사회가 조금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옥중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례도 들었다. “사실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대만 TSMC가 삼성전자보다 투자를 훨씬 많이 한다는 게 몇 년 전만 해도 말이 되지 않는 건데…. 수십조 단위 투자는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구글이나 애플 같은 외국 기업도 이 부회장이 아닌 임원들은 만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창업주와 최고경영자(CEO)는 완전히 다른 개념인 거죠. 이 부회장의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는 유통 규제도 반기업 정서의 대표적 폐해로 거론했다. 유통 규제는 대기업은 ‘악’이고 중소상공인은 ‘선’이라는 이분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온라인이 유통산업을 다 바꾸는 현 상황에서 재래시장을 보호한다고 오프라인 마트를 규제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양쪽을 다 죽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스타필드 영업을 규제한다는데 젊은 세대들은 그곳에서 쇼핑만 하는게 아니라 여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며 “결국 일반 소비자들의 불편만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자원부와 지식경제부 등에서 산업 정책을 입안한 경험이 있는 이 부회장은 미중 갈등의 파도를 헤쳐나가기 위한 해법으로 기술 초격차와 현지 진출을 주문했다. 그는 “미중 갈등은 우리 입장에서 보면 중국이 따라오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고, 이 때문에 중국 수출이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다”며 “결국 우리가 살아남을 해법은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을 기술 격차와 현지화 전략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런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를 해소해 기업 환경을 개선해주면 외국에서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리턴 기업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엿다.

지난해 기업 규제 3법과 중대재해법 통과 과정에서 경제 단체들이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단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해 초 경제 단체 통합론이 잠깐 수면 위로 부상하기도 했다. 특히 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회 재통합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부상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경제 단체 간 역할 분담의 조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정부 규제가 많다 보니 그에 대응하려고 생긴 경제 단체들이 기업 규모별, 업종별, 기능별로 조금 많은 편입니다. 자생적으로 생겼지만 수가 많다 보니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능이 약화된) 전경련의 역할에 대한 논의도 적지 않았고요. 사견입니다만 전경련은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처럼 시장경제를 대변하는 연구 단체 중심으로 재편하고 나머지 기능은 경총과 통합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는 “전경련과 경총은 회원 기업도 상당수 중복된다”며 “물론 통합은 회원 기업과 사회적 여론을 수렴해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리=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사진=성형주 기자

◇He is…

△1957년 서울 △1979년 제23회 행정고시 △1981년 노동부 사무관 △1982년 상공부 사무관 △1996년 미국 밴더빌트대학원 경제학 석사 △2011년 동국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 △2005년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2008년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2009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 △2010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2017년 현대경제연구원장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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